남북 정상회담이 오는 28일 7년 만에 다시 열린다. 지난 2000년 6월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IT교류가 급물살을 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정상회담도 남북 IT교류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간 남북대화는 북한 핵실험 등으로 여러 번 중단됐지만 민간차원 남북 IT 교류는 그동안 계속 이어져왔다. 최근 몇 년간 수백 명의 IT전문가와 기업이 북한을 방문해 남북 IT협력을 타진했으며 국내 모 대학 교수 두 명은 북한 김책공대에서 2개월간 강의하기도 했다.
평양에서 3일간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수차례 연기된 바 있는 평양과기대(PUST) 개교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다. 2001년부터 본격 추진된 평양과기대 개교는 예정대로라면 작년에 끝나야 했다. 하지만 교수 확보와 기자재 설치 등이 어려워지면서 올 4월로 미뤄졌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9월로 연기됐다가 결국 D데이는 내년 4월로 넘어간 상태다. 대동강 근처에 30만평 규모로 세워지는 이 대학은 옌볜과기대(YUST)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한국 자본이 들어간 옌볜과기대는 중국 최초의 중외(中外) 합작대학으로 1992년 개교해 지금은 중국 100위권 대학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 IT와 과학기술을 앞세워 경제를 살리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는 북한은 체제의 위협을 무릅쓰고 평양에 옌볜과기대 같은 대학을 세우기를 원하고 있다.
대학원대학인 이 대학은 IT를 중심으로 산업경영(MBA), 농업식품의 3개 학과가 우선 문을 열며 추후 건설·기계재료·간호보건 분야가 개설된다. 특히 컴퓨터 사이언스(40명)와 전기전자(20명) 등 60명의 신입생을 뽑는 정보통신은 국내의 한 유명인사가 이미 학부장으로 내정돼 있다. 이곳에 입학하는 학생은 김일성대학과 마찬가지로 북한 당국이 특별히 직접 선발한 일류급이라고 설립추진위는 전한다.
평양과기대는 무엇보다 남북공영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민족 염원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북한의 경제가 우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와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은 경제격차에서 통일이 되면 남북 모두 불행해지고 또 그 부담은 남한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북한을 다녀온 한 지인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북한의 경제 상태가 생각보다 열악해 놀랐다는 그는 “북한의 심각한 경제상황과 갑작스런 통일을 생각하면 남한 사람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하나씩 등에 지고 다니는 셈”이라고 걱정했다.
평양과기대는 이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게 하는 하나의 안전장치다. 경제성장 엔진이라 불리는 IT와 북한 최초로 MBA를 배운 평양과기대 학생이 졸업 후 북한 경제 자립에 큰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동포 등 여러 나라의 학자로 구성되는 평양과기대 교수진도 주목거리다. 이는 북한의 심장부에 내로라하는 세계 각국의 학자가 몰려 있는 셈이어서 평양과기대가 일종의 평화구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평양과기대가 북한의 IT수준을 높여 결국 남한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취약한 북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IT전문가의 진단이다. 앞으로 평양과기대에서 배출한 북한 인재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 기업이 북한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어쩌면 평양과기대는 21세기 한민족 최대의 교육 벤처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많은 난제를 안고 있는 평양과기대를 특별히 눈여겨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은주/논설위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