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휴대폰 실적을 개선했지만 부품업계는 적잖은 성장통을 겪었다. 지난 3년간 휴대폰 생산기지 상당부분이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부품업계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고 생산현장의 체감기온은 떨어지기만 했다.
부품업계는 이제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어려움을 훌훌 털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대장정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방산업 지속 성장론은 부품업계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늦추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세계 휴대폰 시장이 올해 11억원대, 내년 12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휴대폰만 한 제품이 없다는 현실도 부품업계에 위안이 되고 있다. 올 3분기 전 세계 휴대폰 시장규모는 2억8600만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2억5400만대에 비해 13% 성장했다. 올 2분기에 비해서도 10% 이상의 성장률이다.
다만 부품업계는 휴대폰 제조사와 함께 축배의 잔을 들 수 있을지 여부에 여전히 물음표를 던진다. 진정한 상생(?)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올해 국내 휴대폰 제조사의 실적이 좋아진 반면에 부품업계는 큰 수혜를 받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업계의 정서다.
#진검승부 이제부터
저가폰 돌풍, 전문위탁생산(EMS) 확산 등 글로벌 휴대폰 시장 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고 제품 라이프 사이클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단축되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일부 감지된 휴대폰 제조사와 협력사 간 거래구조에 일대 혁명이 예상되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제조사들의 중저가 휴대폰 비중 확대 및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과열경쟁으로 거세지는 단가인하 압력도 적잖은 부담이다. 휴대폰 부품업계에 영업이익률 20%는 희망사항이 된 지 오래다. 초고속 대박 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008년 휴대폰 부품업계의 화두로 ‘진검승부’를 꼽는다. 일각에서는 ‘죽느냐, 사는냐’는 생존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될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휴대폰 제조사가 원하는 품질과 신뢰성,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력 및 단가와 납기를 맞출 수 있는 대응능력을 보유하지 않고선 지속 가능한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단가인하 압력은 앞으로 부품업체 간 양극화를 불러오고 급기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일정 수준의 열매와 보상이 돌아가겠지만 생존게임에서 도태된 회사에는 가혹한 시련이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원재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2005∼2006년 어려움을 극복하고 2007년 살아났다”며 “지난 3년간 힘든 시기를 보낸 부품회사 중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한 회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휴대폰 부품 관전포인트
하이엔드 휴대폰은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터치스크린 확보 전쟁이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LG전자·애플에 이어 노키아까지 터치스크린폰 경쟁에 뛰어들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휴대폰 제조사는 현재 일본 니코덴코에서 터치스크린을 공급받고 있다.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터치스크린 패널의 핵심 소재인 ITO 필름 수급 상황이 좋지 않다”며 “다만 내년 2분기 이후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가폰 돌풍도 부품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와 함께 글로벌 부품 아웃소싱 체제가 올해보다 강화되면서 중국·대만 부품업체와 한국 기업과의 한판 승부도 기대를 모은다. 중국 대만 부품기업의 영향력은 EMS 기업의 휴대폰 생산량이 늘면서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가 현지 생산체제 강화 역시 국내 부품업체들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모기업의 구매정책을 제빨리 소화할 수 있는 체질개선 작업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글로벌 부품 아웃소싱 및 부품의 현지수급·생산체제를 감안한 적기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공통 플랫폼 확대 정책을 고려해 부품표준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고정비 및 물류비 부담을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 시키려는 제조사의 부품 모듈화 전략에 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휴대폰 케이스 생산업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부품업계에서 도태되면 회생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며 “박리다매 전략을 적극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