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HW) 업계가 고액 연봉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등을 적극 추진하는 등 본격적인 ‘슬림화’ 작업에 들어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HP·한국EMC·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스 등 서버·스토리지 업체들이 임원 및 부서장급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력 재편에 나섰다. 날로 심각해지는 HW 가격 경쟁에 따른 수익 기반 약화를 타파하고 슬림화된 조직 운영을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부 다국적 기업들의 경우 본사 차원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내년에도 추가적인 인력 감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정기적인 인사에 불과하다며 인력 구조조정으로 비춰지는데 부담감을 드러냈다.
한국HP(대표 최준근)는 올해 미국 본사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정작 한국 법인은 명예 퇴직을 단행했다. 올 연말 임원 7명을 포함한 총 25명의 직원들이 명예퇴직할 예정이다.
근속연수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 한국HP는 내년부터는 아예 명예퇴직 제도를 없애고 조직 슬림화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최근 내부 조직·인력 분석을 위한 전사자원관리(ERP) 용역 의뢰도 마쳤다. 이 회사는 ‘회사가 잘 나갈 때 미래를 준비한다’는 모토 아래 조직 슬림화를 통한 수익성 향상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국HP는 최근 영업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지만, 근속연수가 짧은 사원들이 잇따라 이탈해 조직 상부가 비대해지고 하부는 빈약한 역삼각형 조직 구성을 이루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급변하는 기술 및 시스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스피디한 조직 재구성이 시급하다는 내·외부 평가가 잇따랐다.
한국EMC(대표 김경진)는 통합마케팅 상무를 비롯, 파트너 영업담당 이사 등 임원급 3명과 직원 10여명이 지난달 사표를 제출했다. 회사 측은 명예퇴직제도 자체가 없으며, 단지 직원들의 자율 의사에 따라 사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구조조정 차원은 아니고 빠진 인력만큼 바로 충원하고 있다”며 “본사 차원의 감원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즈(대표 류필구)도 내년 초 인사를 앞두고 임원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 퇴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연말이면 의례 인사가 있고 새로운 직원들이 충원된다”며 “일반 직원들과는 달리 임원인 경우 정년 보장이 없는 임시직이기 때문에 자연스런 현상으로 봐야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양종석기자@전자신문, js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