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어느 분야보다 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정보통신(IT) 산업이지만 이 시장을 지배하는 불변의 원칙 세 가지가 있다. △컴퓨터 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동통신 산업은 사업자들이 시장의 룰을 좌우한다 △인터넷에서 받는 MP3파일엔 대부분 불법복제방지기술(DRM)이 탑재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 앞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7일 워싱턴포스트는 저물어가는 2007년 한 해가 이 불변의 3대 원칙을 깨뜨린 중대 전환점이 됐다고 보도했다.
#애플, MS 아성에 도전하다
MS 윈도가 지배한 PC 시장에서 일부 마니아 계층의 틈새 수요를 확보하는데 그쳤던 애플이 반격에 나섰다. 시장조사 업체 NPD그룹은 올해 10월까지 PC 시장 점유율 조사 결과, PC 신제품 구매자의 8.6%가 매킨토시PC(맥PC)를 선택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2006년의 5.4%와 2005년의 3.4%에서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구매자 열 명 중 1명이 맥PC를 선택했다면 이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맥 OS X용 소프트트웨어 시장을 더이상 우습게 보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애플은 올해 출시한 신형OS ‘레오파드’와 윈도 간 호환 기능을 제공하고 인텔 프로세서를 맥PC에 탑재하면서 ‘윈텔PC(윈도OS와 인텔 CPU를 갖춘 일반적인 PC)’ 소비자들을 애플로 끌어들이고 있다. 아이팟·아이폰의 인기도 맥PC의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데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MS는 올 초 비스타를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차가운데다 SW 업체들의 비스타용 제품 출시도 늦어지면서 부진한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구글, 이동통신 헤게모니를 바꾸다
지난 6월 애플이 AT&T를 통해 화제의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AT&T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애플과 독점계약을 맺은 AT&T를 통해서만 아이폰을 구입하고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출시하기 무섭게 아이폰을 해킹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 퍼졌고 이 SW를 내려받은 아이폰 구매자들은 AT&T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도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애플과 AT&T는 해킹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단속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이폰 사태를 계기로 사업자가 이동통신 서비스를 지배해 온 관행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11월 구글이 휴대폰 플랫폼 공개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를 발표하며 쐐기를 박았다.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면 어떤 통신서비스, 어떤 단말기를 이용하든 똑같은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에 반발하던 통신사업자들도 태도를 바꾸고 나섰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내년 중 구글처럼 네트워크를 개방하겠다고 발표했고 AT&T도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디지털 음악, 성역 깨지다
인터넷에서 내려받는 디지털음악은 서로 다른 서비스 간이나 다른 기종의 MP3플레이어에서는 호환이 되지 않았다. 업체마다 불법복제방지기술(DRM) 규격이 다르기 때문. 그러나 올해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DRM 폐지를 주장한 이후 주류 음반업체가 빗장을 서서히 풀기 시작했다. 음반업체 중 EMI가 가장 먼저 DRM이 없는 디지털음악을 아이튠스를 통해 출시했고 아마존·월마트에서도 DRM없는 곡들이 판매됐다. 별도의 음악파일 규격을 지원해 온 마이크로소프트도 표준 규격인 MP3파일을 준 서비스에서 제공하고 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