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AMD, 팹 운영 놓고 상반된 행보

 “버려라, 우린 만든다.”

 팹(Fab·반도체 공장) 운영을 바라보는 퀄컴과 AMD의 서로 다른 태도가 흥미롭다. 전통적인 팹리스 업체 퀄컴은 MEMS 팹 신설을 발표했지만 대규모 팹을 운영해온 AMD는 팹 부문 분리 소문에 휘말렸다. 잘나가는 이동통신 반도체 기업 퀄컴과 인텔에 눌려 기를 못 펴는 PC 반도체 기업 AMD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로 타 기업의 팹 전략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퀄컴, 직접 생산으로 타임 투 마켓 실현=퀄컴의 자회사 퀄컴 MEMS 테크놀로지스(QMT)는 7일 대만 전자업체 쳉 우에이 프리시전 인더스트리와 함께 대만 타오유안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2009년에 문을 여는 이 공장에서는 퀄컴이 초미세 가공기술(MEMS)을 활용해 개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미라솔(mirasol)이 생산된다.

 미라솔은 햇빛 아래에서 나비 날개의 색상이 선명하게 비치는 원리에서 착안한 간섭 측정 조절(iMoD) 기술을 적용해 백라이트 없이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으며 전력 소비도 최소화한 퀄컴의 기대주다.

 퀄컴은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미라솔 제품을 시장에 제때 출시하고 신기술 개발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체 생산 공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퀄컴은 지난달 초 대만 인벤텍 코퍼레이션과 제휴를 맺고 이 회사가 조만간 선보일 고품질 휴대용 기기에 미라솔을 탑재하기로 했다.

 퀄컴 MEMS 테크놀로지스의 사업개발 부문 부사장 짐 캐시는 “지난해 우리는 미라솔 디스플레이에 대한 시장의 높은 반응을 얻었다”며 “자체 생산을 통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초기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AMD,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자체 팹을 세우는 퀄컴과 달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AMD는 기존 팹을 팔아야 할 상황이다.

 로이터는 7일 AMD가 조만간 팹 부문 분리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년여 전 헥터 루이즈 AMD CEO가 발표한 제조 전략 개편 방안의 핵심은 비용절감과 유동성 문제 해소 등 ‘몸집 가볍게 하기’였다. 유력한 방안은 고비용 팹을 완전분리하거나 이를 운영할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것이다.

 전자 전문 매체 EDN은 AMD가 팹을 없앨 경우 한 곳당 20억∼30억달러(약 2조∼3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그래픽칩 업체 ATI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빚을 갚는데 충분한 금액이다. EDN은 AMD가 팹을 내놓을 경우 이미 AMD 팹에 8% 지분을 가진 아부다비 펀드가 충분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기도 했다.

 EDN은 AMD의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떻게(how)’ 이익을 달성할까”가 아니라 “과연(if) 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까”를 물어봐야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팹을 팔아서 당장 손실을 메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AMD가 몸집 큰 팹 운영비용을 대느라 CPU 신기술 개발에서 인텔과 엔비디아에 뒤처진다면 후에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팹을 버리고 기술개발 중심의 회사로 거듭나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7일 팹 부문 분리 소문이 들리자마자 AMD 주식은 12%나 올랐다.

 정진영기자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