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깨는 약은 뜻밖의 발명?

 “전날 술을 많이 한 어느날, 실험실에 남아있던 귤 껍질 추출액을 마셨더니 취기가 없어집디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 연구의 결과가 바로 숙취제거제 ‘JBB20 위하여’입니다.”

19일 오후 제43회 발명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콘퍼런스 룸. 이 자리에서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복성해 바이오뉴트리젠 사장은 수훈 뒤, 자사 제품의 탄생 배경을 ‘우수발명사례’로 이같이 발표했다.

관상동맥질환 치료 물질을 연구 중 우연히 특정 과일과 야채에 숙취 해소 추출물이 있음을 발견, 제품화에 성공했다는 게 이날 복 사장의 발명기 요지다. 그래서 제품명도 ‘신이 주신 바이오 제품’을 의미하는 JBB(Jesus Blessed Bio product)다.

통상 수백·수천억원의 투자비와 십여 년 의 개발기간, 고도의 과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바이오·신약 분야에 유독 이같은 우연과 행운이 많다.

워낙 많은 물질이 조합돼 개발되고 그 시간도 길어 연구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전혀 예기치 못한 제3의 효과가 발견되곤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를 횡재를 뜻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발견)이라 부른다.

당초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던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에 대한 약효가 나타나면서 화이자에 대박을 안겨줬다. 간염치료제로 유명한 ‘제픽스’ 역시 원래는 에이즈 치료제였다. 아프리카 등 후진국에 빈발하는 에이즈와 달리, 상대적으로 신약 소비력이 높은 간염의 치료제로 선회하면서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보다 큰 수익을 올렸다.

이밖에 1980년대 진통·해열제의 대명사로 불리던 ‘아스피린’이 지금은 심장병·뇌졸중 예방에 더 애용 되는 것도 ‘우연의 미학’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세렌디피티도 실험실 연구자들의 노력 없이 불가능하다. 복 사장 역시 숙취제거제 개발에 앞서, 고혈압과 당뇨·중풍·콜레스테롤 치료 물질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총 96건에 달하는 복 사장의 국내·외 발명(등록 특허)은 40년 바이오 인생의 결정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