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AI 서버용 생산에 집중
국내 PC기업, 재고 확보 ‘비상’
공공 조달 시장 역마진 우려도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이 1년 새 최대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조달청이 수급 지연에 따른 납기 연장까지 요청하는 등 물량 공급 부족으로 국내 PC 기업들의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9일 본지가 국내 PC 주요기업의 부품 구입가를 입수·분석한 결과, 지난 11월 셋째 주 기준 PC용 DDR5 16기가바이트(GB) 메모리 공급가는 19만원으로 전년 동기(5만3500원) 대비 255% 폭등했다. 같은 기간 512GB SSD 가격은 6만80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128% 급등했다.

메모리 대란 배경에는 반도체 업계의 생산 전략 변화가 있다. 국내외 주요 제조사들이 수익성 높은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SSD(eSSD)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마진이 낮은 범용 PC 메모리와 SSD 생산이 크게 줄었다.
국내 PC 제조사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공급 절벽'에 직면했다. 웃돈을 줘도 부품을 구할 수 없는 할당(Allocation) 체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국내 PC 제조사 관계자는 “완전한 품절 단계는 아니지만 제조사로부터 수량을 할당받아야만 구매할 수 있다”며 “돈이 있어도 원하는 만큼 물건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A 대기업은 업무용 PC를 국내 PC전문업체로부터 구매하려 했으나, 메모리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중국 브랜드 제품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조달 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조달청은 최근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PC 부품 수급 불안에 따른 납기 연장 협조 요청을 공지했다. 수요처에서 공급사가 납품 기한 연장을 요청하면 이에 협조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조달 PC 업계에서는 역마진 현상까지 우려한다. 계약 단가는 낮은 가격에 고정된 반면 반도체 부품 원가가 폭등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다른 국내 PC 전문기업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조립 PC 업체들이 부품값 상승분을 견디지 못해 계약을 포기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PC 시장 판도가 크게 뒤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