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터넷]인터넷을 말하다④ 해외 석학·대가가 말하는 인터넷의 속성(하)

[新인터넷]인터넷을 말하다④ 해외 석학·대가가 말하는 인터넷의 속성(하)

◆ 팀 우 컬럼비아 법대 교수

 인터넷과 정부 권력과의 관계는 규제 이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국가 권력이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는 규제의 방향과 수위를 결정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촛불정국, 연예인 악플 등과 관련해 강도 높은 인터넷 규제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현상을 규제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논란만 있을 뿐 왜 규제를 해야 하는지, 규제를 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규제를 할 근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권력과 인터넷의 관계를 놓고 근본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자신문은 인터넷과 국가 권력의 관계를 통찰하기 위해 팀 우 컬럼비아 법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은 완전한 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서 활동하는 사용자인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그래서 국가 권력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Q. 당신의 책은 세계화주의자와는 반대로 정부 권력과 지역적, 국가적 국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어떤 게 동기가 됐나.

 A. 가장 큰 동기는 ‘이야기’ 자체였다. 이 책은 기존과는 다른 종류의 세상에 대한 꿈과 그 꿈이 어떻게 됐는지에 관한 것이다. 현실(body)을 배제하고 완전한 가상 세계에서의 삶을 원했던 꿈이 좌절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책에서 정부를 중심에 놓고 다룬 것은 정부가 물리적인 힘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리적인 힘과 처벌에 영향받기 쉬운 현실에 발을 두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 이 책이 잘못됐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인터넷으로 국경 없는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는 세계화주의자들의 논지다. 팀 우에 따르면 90년대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을 만들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엔 이에 반대하는 정부 권력에 무릎 꿇었거나 기업이나 사업자들이 그런 시도를 스스로 포기하고 정부·국가 권력의 우산 안으로 들어갔다. 이유는 인터넷이 현실과 동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을 의식하지 않고서는 인터넷의 자유를 누리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Q.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이나 조직이 아직 정부와 국가조직을 필요로 하고 거기에 의존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과 시스템이 영원히 지속될 것인가.

 A. 좋은 질문이다. 나는 그렇다고 본다. 특정 정부(government)는 세워졌다가 몰락하길 반복한다. 민주주의, 공산주의, 독재와 같은 정부와 관련된 이상도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state)’ 자체는 매우 확고한 것이다. 국가의 부재는 대개 전쟁이나 무정부 상태, 새 국가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매우 긴 시간 동안 국가 권력과 물리적인 강제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Q. 인터넷과 뉴미디어로 인해 혁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많은 사회적·정치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정부 권력, 구조와 인터넷과 뉴미디어가 이끌어낸 변화와의 관계는 어떻게 보는가.

A. 공저자인 잭 골드스미스와 나는 일종의 사이클을 발견했다. 뉴미디어가 사회의 기존 룰을 바꾸려고 도전했을 때 사회 구성원들이 그 규칙을 폐기할 생각이 있다면 그것은 폐기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룰을 폐기할 생각이 없다면 뉴미디어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 여러 답변에 걸쳐 팀 우는 인터넷에 대한 국가 조직의 강력한 권력을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정부의 무조건적인 통제와 규제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할 듯하다. 정부 권력이 막강한 통제력을 행사하지만 위 답변에서 읽히듯 뉴미디어가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기존 사회의 룰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Q. 기술이 사회의 특징을 결정한다는 ‘기술결정론’과 사회가 기술의 발전과 적용에 영향을 준다는 ‘기술의 사회적 형성’ 논의가 있다. 사회와 기술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나는 (기술)결정론자는 아니다. 사람들이 기술을 디자인하고 개발할 때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비전을 안에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든 기술과 법, 혹은 우리 삶의 방식이 무엇이든간에 결국 마지막에 미래를 결정하는 건 우리 자신이다.

 

 Q. 책의 마지막 장에서 세계화의 좌절과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통제에 대해 언급했다. 끝은 어떻게 될까.

A. 끝(end)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세계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여전히 엄청난 권력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며 세계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수단으로 남게 될 것이다. 고리타분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게 현실이다.

 

 Q.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A. 다음 책의 제목은 지금으로서는 ‘Who gets heard’다. 20세기 TV, 영화, 라디오, 전화 부문에서 나타났던 미디어·통신제국의 부흥과 몰락의 역사를 다룰 것이다. 내년 말쯤 출간될 예정이다.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

기획취재팀=조인혜차장(팀장), ihcho@ 김민수·한정훈·최순욱·이수운기자

 

 ◆팀 우(Tim Woo)

 컬럼비아 법대 교수이자 현재 프리프레스의 미디어리폼그룹 의장을 맡고 있다. 망 중립성과 관련된 논의를 대중화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이 과정에서 로렌스 레식 스탠퍼드 법대 교수와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저작권과 이동통신 정책을 주로 연구했으며 지난 2006년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이 선정한 주요 인물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7년엔 하버드 대학이 선정한 영향력이 높은 100인의 주요 동문에 선정됐다. 지난 2006년 첫 저서인 ‘Who Controls Internet?’을 잭 골드스미스 하버드 법대 교수와 함께 출간해 큰 주목을 받았다.

 

 ◆ Who Controls Internet? 인터넷 권력 전쟁, 뉴런, 송연석 옮김

저자들은 1990년대 인터넷이 정부 권력에 어떤 도전장을 내밀었는지, 그로 인해 전 세계에 걸쳐 인터넷과 정부 간에 어떤 투쟁이 벌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정부, 국경과는 상관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를 그려낸다. 사이버 자치 커뮤니티를 꿈꾸던 인터넷 창조자들과 미국 정부의 투쟁, 프랑스 정부와 투쟁을 벌인 야후, 중국 정부에 무릎을 꿇은 구글, 전 세계에 적용될 인터넷 프라이버시의 기준을 정한 유럽 연합 등의 사례에서 섣부른 세계화의 기대가 어떻게 결론났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같은 획기적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지리적 구분과 정부의 강제력이 갖는 근본적인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 세상을 하나로 만들 수 있으리라던 인터넷이 오히려 국가별·지역별로 쪼개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분할된 인터넷에도 장점이 많으며 오히려 기업, 사업자가 인터넷의 분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등이 이 책의 요지다.

◆ 로렌스 레식 스탠퍼드 법대 교수

 저작권은 현재 인터넷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문제 중 하나다.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으려는 저작권자와 좀 더 자유롭고 적법한 저작물 이용 범위의 확장을 바라는 이용자의 시각이 직접 충돌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지난 8월 말 저작권 기획시리즈에서 ‘저작권이라는 기능적 권리를 설정한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으며 ‘다른 저작물 창조에 기여하는 것’이 그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나친 저작권자 권리 보호만 강조함으로써 이용자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로렌스 레식 스탠퍼드 법대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결론에 대한 풍부한 근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일찍부터 각종 논문과 저서에서 저작권 해법을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소프트웨어재단, 크리에이티브코먼스(CC) 같은 단체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꼽힌다.

 

 Q. 당신의 저서나 CC 설립 등과 같은 활동은 ‘공유’와 ‘공공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공유 개념을 강조한 가장 큰 동기(모티브)는 무엇인가.

 A.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공유하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내 작업의 목적은 아니다. 사람들이 쉽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많은 경우 ‘공유’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믿는다(I don’t think of my work so much as trying to get people to share, as to getting the law so it is easy for people to do what they want to do, which, I believe, often, is to share). 나의 주 관심사는 그런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가로막는 법이다.

 

 Q. 당신 자체가 공유의 좋은 사례다. 당신의 책은 대중에 공개돼 있는데도 많이 팔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인터넷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일까.

 A. 일부 사람들이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을 구입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 책을 발견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공개돼 있음으로 해서 그 책을 발견하게 되고 그중 일부는 구입을 결정할 것이다. 대개 이 둘 간의 균형은 책의 판매를 증진시킨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내 진짜 목적은 (책에 담긴) 아이디어를 퍼뜨리는 것이다. 책을 파는 것은 단순한 수단에 불과하다.

 (# 레식 교수는 코드·자유 문화 등 자신의 저서에 자유 라이선스인 크리에이티브코먼스라이선스(CCL)를 적용해 대중에 공개했다.)

 

 Q. 당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개의 저작권자는 저작권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연장하려고 한다. 또 CC 같은 자유 문화는 아직까지 주류 문화는 아니다. 이런 상황이 빨리 변할 수 있을까.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A. 핵심은 저작권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저작권과 이용권 사이에) 지각 있는 균형을 이루는 게 저작권 문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인식하기 시작하는가다. 이런 일은 결국에는 일어나게 될 것이다. 특정 맥락(context)에서 더욱 빠르겠지만 느린 맥락에서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확실하다.

 

 Q. 당신은 ‘공정 이용(fair use)’의 개념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은 때때로 너무 애매해 적용하기 힘들다. 어떤 행위가 여기에 포함되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A. 공정 이용 개념의 나쁜 점은 명확한 기준(스탠더드)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답하기 힘들다. 나는 훨씬 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을 선호한다. ‘Free Culture’는 창작자와 혁신자를 뒷받침하고 보호하는 데 복잡하거나 별다른 법률적 해석이 필요없을 정도로 탄탄한 사회의 법률적 역량에 기반을 두고 있다.

 (# 공정 이용은 저작권과 관련된 어떤 행위가 전체적 관점에서 사회 후생을 증진시킨다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는 공정한 행위라는 것이다. 미국은 법에 이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레식 교수는 자신의 저서 ‘자유 문화’에서 “자유문화는 창작자와 혁신자를 뒷받침하고 보호한다”며 “이런 역할은 지식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에 의해 직접적으로 수행되기도 하지만 부여된 지식재산권의 효력범위를 제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수행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Q. 저서 ‘코드’에서 인터넷 사회를 위한 법에 필요한 많은 것을 언급했다. 인터넷 사회에 어울리는 법과 그렇지 않은 다른 사회에 어울리는 법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A. 핵심적인 차이점은 법이 제정되고 적용될 때 인터넷의 특성이나 속성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법이 작동하는 기술적인 맥락을 내포하지 못하면 입법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없다(will not work effectively).

 

 Q. 한국을 몇 번 방문하면서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CCK)의 활동에 대해 많이 들었으리라 본다. 한국 커뮤니티의 CC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A. 한국 CC 커뮤니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CC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지역에서 중요하고도 에너지가 넘치는 리더십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CC 프로젝트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한국을 방문해 이런 진전을 확인하는 게 다른 무엇보다도 행복하다.

 

 ◆ 로렌스 레식

스탠퍼드 법대 교수이자 같은 대학 인터넷사회연구소의 창립자다. 스탠퍼드대 이전에는 하버드 대학과 시카고 대학의 교수로 있었으며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전공은 헌법학 및 사이버 법학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사이버스페이스와 법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저작권 확대 비판으로 매우 잘 알려져 있다. 프리컬처(Free Culture)라는 개념을 주창했고 프리 소프트웨어 운동을 지지한다. 첫 저서 ‘코드’에서는 소프트웨어의 특허가 오픈소스와 혁신의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Free Culture 자유 문화, 필맥, 이주명 역

저작권자의 권리만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현재의 저작권법을 비판하는 레식 교수의 대표 저서다. 레식 교수는 이 책에서 현재의 저작권법이 문화의 공유를 상업성 여부와 상관없이 저작권 침해 행위로 보고 저작권 보호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보장함으로써 자유문화의 발달을 저해하고 있다고 봤다. 과도한 저작권 보호는 거대 미디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저작권 보호는 꼭 필요하지만 과도한 수준이 되면 창작자는 새로운 창작을 위한 기존 창작물의 이용에 대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한 법률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 레식 교수는 책 원문을 인터넷(free-culture.org)에 공개하고 있으며 한국어판을 출간한 출판사도 출판사 홈페이지에 내용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