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터넷](5·끝) 전문가 5인,미래 인터넷을 말하다

[新인터넷](5·끝) 전문가 5인,미래 인터넷을 말하다

◆법-황성기 한양대 교수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인터넷 특성에 맞게 사회가 진화하는 것이죠. 하지만 일정 부분 방향에 대한 로드맵은 있어야 합니다.”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유학 시절부터 저작권 등 인터넷으로 인한 전반적인 변화를 법률적 관점에서 면밀하게 관찰·연구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인터넷 시대 법·제도는 어찌 보면 심플하다. 온라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법제화.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인터넷 로(law)다. 법이 오프라인 시대에 만들어졌지만 인터넷이 세상을 관통하고 있는 지금,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모델링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다=황 교수는 현재 많은 영역에서 규제 시스템의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의 장점을 죽이는 곳도 있고 이를 살려 최대한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는 곳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산발적인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규제 시스템 개발이라고 지적한다. 그가 평소에 연구하고 있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황 교수는 “규제 시스템의 대표적인 영역인 법 학계에선 인터넷 시대의 논의가 활발하다”며 “인터넷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시대에 따라 법이 바뀌어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규제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공통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모델링은 무엇일까. 그는 온라인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자율 규제의 중요성을 들었다. 황 교수는 “과거 규제는 효율성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터넷의 속성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인터넷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 규제는 정부 시스템 변화로부터=자율 규제는 정부 시스템의 체질을 바꿔야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황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많은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실제로 해외에선 인터넷 시대 규제의 논의가 이미 선행됐고 논의의 핵심은 시대에 따라 정부 규제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영국에서 나온 협력규제(co-regulation)는 이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논의의 핵심은 정부 규제의 효용성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규제는 분명 있어야 하지만, 그 규제는 철저히 효용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용성이란 규제가 얼마나 사회적 합의성을 갖추고 있는지의 문제다.

 황 교수는 “정부는 자율 규제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정부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며 “예를 들어 지난 2000년에 영국에서 나온 ‘인터넷 유해 콘텐츠로부터의 아동 보호(protecting our children internet)’ 보고서를 보면 자율 규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 주문이 나오는데 우리도 참조할 만한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룰 정립=황 교수가 강조하는 인터넷 규제의 기본 원칙은 ‘사회적 위축 효과’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규제가 인터넷의 정보 총량을 줄이는 나쁜 영향을 주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정부의 인터넷 규제가 전반적인 룰도 세우기 전에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현 정부의 규제 정책은 순기능을 살리기보다 악기능을 죽이기 위한 쪽으로 집중되고 있고 방식도 임기응변식”이라며 “이럴 경우 인터넷의 순기능도 함께 소멸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 실명제를 놓고 ‘규제를 위한 규제’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사이버 명예훼손 등 모든 인터넷 문제를 인터넷 익명성에 돌리고 있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익명 자체가 아니라 익명 사용에 대한 룰을 세우지 못한 것이 문제기 때문에 이 부분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 룰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가 조급증을 버리는 것과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 두 가지라고 주문한다. 정부, 민간, 이용자가 인터넷의 미래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황 교수는 “미래 규제 시스템의 핵심은 합리성이며 이는 정답이 없는 문제”라며 “오직 한국인만이 한국에 맞는 규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이는 과학이 아닌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한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 ­김성태 고려대 교수

 “TV가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정보를 눈앞에서 현장감 있게 보여준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동시에 폭력성과 선정성 등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났죠. 인터넷 역시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술적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 기회 자체가 전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는 없는 것이죠.”

 김성태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미디어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넷의 의제설정 기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 학자다. 김 교수는 미디어적인 측면에서 인터넷이 전례없는 가장 중요한 기술적 진보와 내용적인 변화를 동시에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이 여느 뉴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양면성을 지니고 있지만 규제에 대한 고민은 기존 매체와 다른, 좀 더 포괄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쳤다.

 ◇역의제설정과 스몰시스터의 등장=김 교수는 “온라인에서 이름 없는 개인이 올린 글이 황우석 교수의 논문 위조를 밝히고, 촛불 집회를 이끌 듯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역의제설정’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전통적인 매스미디어 환경에서 소수의 뉴스 제공자가 설정한 의제가 사회적인 여론을 형성했다면 인터넷에서는 온라인 공론장, 블로그의 확산으로 한 개인의 의견이 전체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인터넷은 기존 매체가 가진 필터링 기능이 없기 때문에 무분별하고 정제되지 않은 개인의 의견이 사회적인 의견인 양 둔갑할 수 있는 부정적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선정적이거나 왜곡된 정보, 사적인 정보를 공개하며 모든 관심사에 참여하는 스몰시스터의 등장도 미디어적인 측면에서 인터넷의 특성으로 꼽았다. 포털 역시 직접적인 뉴스 생산자는 아니지만 중요한 뉴스를 유통하고, 가치를 정하는 언론 기능을 일부 수행하는 주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다만 이것을 규제하는 데는 실정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영향력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며 규제 적용은 문화라는 측면에서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체를 넘어선 매체=인터넷은 하나의 매체지만 그 영향력은 문화적인 흐름을 바꿀 만큼 강력하다. 이 때문에 공적 기능을 강조하거나 산업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양 극단의 논의는 위험하다는 것이 김 교수 시각이다. 그는 “양 극단의 상황에서 개인, 조직,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는 각 단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사업자는 기술적으로 신뢰할 만하고 책임 있는 콘텐츠를 담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용자 역시 내용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인터넷 규제에서 ‘해야 한다’ 혹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논리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미 인터넷은 삶의 한 부분이 됐기 때문에 그렇다, 아니다의 문제를 떠나 거시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고려해 자유와 규제의 진동폭 가운데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탄생한 지 20년도 되지 않은 매체가 50년, 100년 전통의 미디어를 위협하고 있지만 이럴수록 공정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전통 미디어 본래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한 감정적인 대응은 금물”이라고 부연했다.

 ◇매체 자체를 규제해서는 안 돼=김 교수는 포털이 실질적으로 일부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인터넷 자체를 규제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언론 규제를 보더라도 신문이나 방송 매체 자체를 규제하지 않고 내용을 규제한다”며 “이는 말하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언론 규제의 기본 원칙과도 상통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글을 올릴 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매체 자체가 규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부 부정적인 양상이 나타나더라도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면 의제설정의 질적 부분 향상과 집단지성의 발현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김 교수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