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파수 경매·할당 대가로 4조원이상 걷어

지경부-방통위 기금 운용 주체 놓고 `충돌`

 정부가 새로 확보할 주파수의 경매·할당 대가로 4조원 이상을 걷어 방송통신 관련 산업진흥·연구개발·인력양성 등에 투입한다.

 23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황금주파수 800 및 900메가헤르츠(㎒) 대역 내 40㎒(폭) 등 새 주파수 경매·할당 대가로 4조∼6조원을 걷어 10년 동안 ‘방송통신발전기금’ 재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실 국책과제비서관실에 제출했다.

 지식경제부도 새 주파수 경매·할당 대가로 조성한 4조5000억원을 5년 동안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두 기관의 이 같은 계획은 오는 2011년 통신사업자 연구개발출연금, 3세대 이동통신(IMT 2000) 할당 대가 분납금 등 정보통신진흥기금 주요 수입원이 ‘0원’이 되는데다 지출 규모가 계속 늘어 2013년에 완전히 고갈되는 데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 오는 2013년께 정보통신진흥기금이 고갈되는 상황을 감안해 IT 원천기술 개발 및 산업진흥 지원사업을 일반회계 예산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목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정부가 검토하는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일반회계 전환 방안은 지경부와 방통위 간 합의를 압박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기자의 눈>

 “지경부는 전체 예산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방통위는 조직 전체를 걸었다.”

 기금을 바라보는 두 부처의 처지를 대변하는 말이다. 어쨌든 방통위가 더 급하게 됐다는 얘기로 요약된다. 지경부의 산업진흥기능은 일반회계 지원 체계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정보통신진흥기금 약 1조원(2008년)이 ‘많은 예산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방통위는 조직 기반을 흔들 만한 규모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경부 전체 예산은 약 14조원에 달하지만 방통위는 일반회계와 방송발전기금을 모두 합해도 5100억원에 불과하다. 정보통신진흥기금이 방통위 전체 예산의 약 2배인 것이다.

 기금 지출 기간이 10년(방통위)과 5년(지경부)으로 나뉜 것은 두 기관별 예산·조직 운영상의 편차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일반회계 예산이 많은 지경부는 짧은 기간에 기금을 모두 지출하더라도 5년 뒤 추가로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내놓지 않을 만큼 여유가 있다는 게 산·학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와 달리 방통위는 기금이 사라지면 ‘서비스-기반(인프라)-단말’로 이어지는 방송통신 가치사슬을 연결할 방법이 없어 지출 기간과 신규 재원 확충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상황이다.

 기금 운용·관리 방침에도 차이가 있다. 지경부는 내년부터 일반회계로 지원하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연구개발사업 지원금을 정보통신기금으로 소화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이를 두고 IT 산업계로 흘러가는 정부 지원금 총량을 줄이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통신사업자들이 낸 출연금과 주파수 사용료에 눈독을 들일 게 아니라 정부가 투자·지원한 결과로 얻은 기술·산업적 성과의 혜택을 본 정보통신가전 기기·시스템 제조업체로부터 따로 정보통신진흥기금 재원을 마련하라”는 격한 반응도 터져나왔다.

 관건은 재정부의 정보통신진흥기금 폐지 및 일반회계 전환 방안이다. 새 주파수 경매·할당 대가로 얻은 4조원을 국고로 환수한 뒤 방통위와 지경부가 각각 추진하는 IT 관련 진흥 업무에 필요한 자금을 일반회계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주목할 원칙은 공공재인 전파(주파수)를 특정 사업자에게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준 데 따른 이윤을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환수한다는 점이다. 관계 기관 이해가 아닌 이 기본 원칙에 따라 통신 소비자, 사업자, 정부가 형성하는 사회·경제학적 순환고리에 가장 적합한 기금 운용 주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IT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