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편든 할리우드 제작사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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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DVD 규격 전쟁에서 블루레이의 손을 들어줬던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 10년간 수익의 한 축을 담당했던 DVD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감소분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했던 블루레이의 보급은 더딘데다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위축까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낼셜타임스는 24일 DVD시장 축소와 블루레이의 보급 부진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할리우드가 플레이어 가격인하와 블록버스터 타이틀 출시 등을 내건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계기로 시장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할리우드의 딜레마=디지털엔터테인먼트그룹(DEG)에 따르면 전세계 홈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DVD 타이틀 판매와 대여 매출은 한해 500억달러에 달하지만 올해 미국 시장은 7.5% 감소한 216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요 캐시카우가 됐던 DVD의 매출감소는 할리우드의 속앓이로 이어지고 있다. 블루레이 판매량을 계산에 넣더라도 4%의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반면 월트디즈니가 지난달 DVD로 출시한 팅커벨은 3주만에 200만 카피가 팔려나가며 히트작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 타이틀의 성공은 DVD와 블루레이 사이에 놓인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니 블루레이 포맷이 궁극적으로 DVD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경기침체기 소비자들의 구매행태가 쉽사리 블루레이로 옮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신작 타이틀은 블루레이로 구매하더라도 소장용 명작 타이틀까지 블루레이 버전으로 구매할 지는 더욱 불확실하다.

 ◇홀리데이 시즌을 쏴라=할리우드 제작사들은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공격적인 가격인하와 여름시장 블록버스터의 과감한 출시가 블루레이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월마트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처음으로 130달러 이하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판매할 계획이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얼어붙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플레이어 가격 인하를 준비 중이다. 또 ‘다크나이트’ ‘월-E’ 등과 같은 홈비디오 대작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데이비드 비숍 소니픽쳐스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유통업체들의 플레이어 가격인하로 블루레이는 ‘낮은 가격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루레이, 희망을 품다=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여전히 블루레이가 매력적이고 시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DVD가 시장에 선보인 지난 90년대보다 모든 여건이 양호하며 다만 경제의 불확실성이 문제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북미 지역에서만 약 240만대의 블루레이 플레이어 판매가 기대되고 있고 블루레이 디스크를 구동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3 판매도 800만대까지 점쳐지고 있다. 디스크 판매 역시 올해 두배 이상의 성장이 전망된다. 다만 핵심부품의 공급망에 차질을 빚은 유럽 시장은 다소 더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루레이의 화질을 최대화할 수 있는 HD TV의 확산도 할리우드에 위안이 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5100만대를 기록한 미국 HD TV은 2012년까지 1억 690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론 샌더스 워너홈비디오 대표는 “가장 큰 불확실성은 경기상황이 블루레이에 미칠 영향에 있다”며 “내년에 블루레이·DVD를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이 줄어들거나 올해와 같은 수준을 보이다 2010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