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황을 바꾸는 건 기업 자신

[기자수첩]상황을 바꾸는 건 기업 자신

 글로벌 경기 불황의 근원지인 미국 현지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상상 이상이다. LA 코리아타운에 10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한 동포는 “미국에 있으면서 이렇게 힘들어 보기는 처음”이라며 “모든 게 ‘올 스톱’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LA에서 자동차로 4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도 마찬가지다. 미국 최대의 관광도시로 세계 관광객이 1년 내내 끊이지 않지만 올해는 예외다. 8일부터 11일까지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인 CES도 열리지만 분위기는 이전에 비해 크게 썰렁했다. 전시장은 국제 전시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냉랭한 기운이 가득했다.

예외는 있었다. 개막 하루 전인 7일(현지시각)엔 주요 기업의 미디어 행사가 하루 종일 열렸다. LG전자를 시작으로 도시바·삼성·샤프까지 줄줄이 행사가 잡혀 있었다. 경기 불황에다 다분히 기자간담회라는 행사 성격을 고려할 때 기자 몇 명이 오붓하게 행사를 치를 줄 알았다. 그러나 100평 공간에 앉을 의자는커녕 서 있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삼성전자도 상황은 똑같다. 박종우 사장이 “미디어의 관심에 놀랐다”며 “800명 정도가 찰 공간에 1000명 가까이 왔다”고 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삼성과 LG에 버금가는 브랜드를 가진 도시바 간담회를 찾아가 봤다.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히 찼지만 삼성과 LG전자에 비할 바는 못 됐다.

삼성·LG전자는 그만큼 브랜드 위상이 올라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안명규 LG전자 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경기 침체로 어렵지만 절호의 기회”라고 힘줘 말했다. 아무리 경기가 좋아도 기업과 시장에는 항상 악재와 호재가 존재했다. 상황을 바꾸는 건 기업 자신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위기로 보는지, 기회로 보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180도로 달라진다는 사실을 CES 행사장에서 새삼 깨닫게 됐다.

라스베이거스(미국)=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