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毒을 藥으로 바꾸자](1부)①원죄는 게임 업체에 있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게임 毒을 藥으로 바꾸자](1부)①원죄는 게임 업체에 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우리나라 청소년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온라인게임 중 하나다. 메이플스토리는 동시접속자 25만명이라는 경이로운 흥행 성적을 이뤄냈다. 세계적으로 누적 회원 1억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무려 60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월매출도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700여종의 파생상품이 나왔다.

 메이플스토리는 이처럼 눈부신 성공을 거뒀지만 이용자는 피곤하다. 경험치와 아이템을 더 주는 이벤트의 남발은 적지 않은 청소년 이용자를 원치 않는 과몰입에 빠지게 만든다.

 

 ◇게임 업체의 달콤한 유혹=넥슨은 올해 메이플스토리에서 총 11번의 경험치 및 아이템 추가 제공 이벤트를 벌였다. 날짜로는 52일에 달한다. 1년이 52주니 매주 1회 이상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는 경험치와 아이템 추가 제공의 유혹을 받았다.

 특히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동안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토요일마다 이벤트가 열렸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무려 12시간 동안 이벤트가 이어졌다. 마치 몇 년 전에 사회문제로까지 번졌던 백화점의 연중 세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롤플레잉게임은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면 캐릭터의 능력이 올라가는 구조다. 물론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으면 능력이 더 좋아진다. 청소년이 경험치와 아이템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이벤트에 만사를 제쳐두고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주부 구모씨(42·서울 서초동)는 “2007년부터 주말만 되면 아이가 하루 종일 게임에 매달려왔다”며 “반나절 이상 게임에 매달렸다가 탈진하는 아이를 보면 게임 회사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비단 넥슨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게임 업체가 경험치와 아이템을 미끼로 청소년을 유혹하고 있다. 더욱이 경험치나 아이템은 물론이고 고가의 경품으로 청소년의 사행심을 자극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 업체 한 관계자는 “가장 손쉽게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이 이벤트”라며 “게임의 완성도로 승부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어려운 길보다는 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은 등급제 사각지대=모든 게임은 연령에 따라 이용 가능한 등급이 있다. 재미가 있어야 하는 문화콘텐츠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등급제도가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등급제가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게임 1순위는 CJ인터넷이 서비스하고 있는 ‘서든어택’이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소장 권장희)가 초등학생 13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2.8%가 서든어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초등학생 4명 중 1명이 폭력적인 총싸움 게임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와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도 15세 이용 불가 게임이지만 10명 중 1명꼴로 이를 즐기고 있다.

 CJ인터넷 측은 “회원에 가입할 때 휴대폰이나 신용카드, 공인인증서 등으로 본인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등급제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다각도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게입 업계에 본인인증 절차가 도입된 지 2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이전에는 주민등록번호만으로도 회원 가입이 가능했다. 결국 게임 서비스 초기에 부모 등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가입한 청소년은 아무런 제재 없이 지금도 성인용 게임을 즐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본인 인증을 받는 제도만으로도 등급제의 실효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며 “이용자가 줄어드는 일이 있더라도 게임 업계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