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북 열풍, 그 이유는

글로벌 e북 열풍, 그 이유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전 세계 e북 시장 전망

 전세계 e북 열풍의 배경에 아마존의 성공이 있다. 모두가 등을 돌리는 듯 했던 e북 시장을 아마존은 지난 2007년 말 전자책 ‘킨들’로 뒤바꿔 놓았다. 킨들은 대당 359달러의 적지 않은 가격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기존 e북 단말기와 외형상 다를 바 없는 킨들엔 독특한 서비스가 있었다. 통신 기능을 내장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기존 단말기는 e북을 내려받기 위해 PC를 거쳐야 했다. 아마존은 킨들 사업으로 지난해 1억5300만달러(약 2055억원)를 벌었다.

이동통신사·가전·출판 업계 등 산업계가 e북 시장을 주목하는 건 신규 시장 창출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프린트넥스텔은 지난 2006년 이후 400만명 이상 가입자를 잃었다. 반면에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는 27%나 증가했다. e북이 새 시장을 열었다. 스프린트는 무제한 데이터 통신을 제공하지만 가입자가 e북을 구입할 때 수익을 나누는 것으로 매출을 올린다. 댄 헤스 스프린트넥스텔 CEO는 “무선망 접속이 필요한 최신 기기들로부터 발생하는 적잖은 수입을 이통사가 확보할 수 있어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세계 여러 통신사업자들이 아마존의 성공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시장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면서 “네트워크와 전자책단말기가 결합한 컨버전스 모델로 이동통신사에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터넷에 독자를 빼앗긴 출판업계에도 e북은 새 돌파구다. 전미출판업협회의에 따르면 2007년 출판 시장은 250억달러 규모로 2006년보다 3.2% 성장을 보인데 비해, e북 시장은 2007년 6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3.6% 성장세를 구가한다. 대표 출판사인 펭귄그룹의 2008년 1∼4월 e북 판매부수는 2007년 한 해 실적과 비슷했다. e북 열풍이 고조될수록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시장에서 대형출판사들의 몸값은 앞으로 더 비싸질 전망이다.

MP3플레이어 이후 이렇다할 히트작을 배출하지 못한 전자업체에 e북은 새 기회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2007년 15만대 규모였던 e북 단말기 시장이 2012년 1830만대 규모로 연간 14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뛰어든 이유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다르다. e북 자체도 적고, 단말기 및 통신 서비스 역시 부족하다. e북이 성공하기 위해선 각기 다른 산업들이 융합해야 하는데 이해 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낸다.

장기영 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다. 콘텐츠가 풍부하고 다양해야 독자들이 구매 동기가 생기고 디지털 독서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을 수 있는데, 우리는 출판사들이 신간을 출간할 때 전자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는 구글처럼 막대한 자본을 들여 저작권 문제도 해결하는 기업이 있는데 우리는 없다”면서 자본을 가진 사업자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욱 진보한 e북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e북 단말기는 눈의 피로감, 지속성 등에서 단점이 아직 많다”며 “e북 단말기에 오디오, 영상까지 가미되면 기존 텍스트 위주를 벗어나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양방향성이 가미된다면 종이책보다 훨씬 더 훌륭한 정보 전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이수운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