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삼보 부회장 “한국판 애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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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삼보 부회장 “한국판 애플 만들겠다”

  김영민 삼보컴퓨터 부회장<사진>이 또 한 번의 ‘빅딜’ 에 성공했다. 지난 2007년 삼보컴퓨터를 인수하면서 관련 업계를 놀라게 한 김 부회장은 이번에 한글과컴퓨터까지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국내 IT산업계를 대표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판 업체 모두를 손에 쥔 것이다. 이로써 김 부회장은 시장에 떠돌았던 ‘인수·합병의 귀재’가 빈 말이 아님을 확인해 주었다.

깜짝 발표 직후 통화한 김 부회장의 첫 마디는 ‘시너지’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합을 통해 ‘한국판 애플’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삼보와 한컴의 만남은 비즈니스 모델로 볼 때 최고의 조합입니다. 삼보는 하드웨어 수위 업체입니다. 한글과컴퓨터는 국내 소프트웨어의 자존심과 같은 기업입니다. 두 회사가 만나면 애플과 같은 회사가 가능합니다.”

김 부회장은 “애플이 성공한 데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 모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삼보와 한컴 기술력이면 시장에서 엄청난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합병의 효과는 통상 1년은 지나봐야 한다고 하지만 그는 이번 ‘딜’은 당장 시너지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보가 한 해 판매하는 PC가 통상 50만대임을 감안할 때 한컴 대표 프로그램인 ‘워드’와 ‘오피스’ 한 카피씩만 깔아도 사업성은 보장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삼보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한컴에는 매출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쥘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공동 사업도 구상 중이다. 삼보는 한컴 브랜드를 결합해 공공PC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 올린다는 전략이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교육용으로 특화한 전용 단말기를 개발해 2013년까지 400만대 이상의 신규 수요를 목표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공시를 통해 한컴의 대주주인 프라임그룹과 ‘인수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종 인수 전까지 내부실사 등 아직도 세부 절차가 남아 있는 셈이다. 삼보 측은 한컴 지분 28%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인수에 필요한 세부 작업까지 모두 끝냈다”며 행정적인 절차만 남았다고 말했다.

“삼보·셀런·셀런에스엔 등 표면적으로는 세 개 기업이 인수하는 형태지만 실제 삼보와 셀런에스엔 두 회사가 인수 주체입니다. 실무 작업만 남았을 뿐 인수를 위한 대부분의 큰 딜은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인수 금액은 아직 완전히 거래가 끝나지 않아 밝힐 수 없지만 소문에 떠도는 600억원 규모보다는 작습니다.”

김 부회장은 모든 합병 작업이 끝나면 한컴의 사업·조직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방침이다. “피인수 회사를 위해서도 사업 조정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업 쪽을 크게 강화할 계획입니다.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습니다. 영업 조직을 강화해 시장에서 강한 한컴을 만들 방침입니다.”

김영민 부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CEO다. 그는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진행하면서 시장에 이름을 날렸다. 김 부회장은 99년 통신장비업체 티컴넷을 설립해 IT업계에 뛰어들었다. 티컴넷은 그가 대주주이자 대표를 겸하는 셋톱박스업체 셀런의 전신이다. 티컴넷은 2002년 디티비로와 합병하면서 ‘티컴앤디티비’로 이름을 바뀌고 다시 2005년 세양산업을 인수해 증권 시장에 우회 상장했다.

이어 2005년 설립한 ‘셀런TV’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고 2007년 8월 삼보컴퓨터를 인수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번에 다시 한컴까지 품에 안으면서 김영민 부회장은 지주회사 격인 디프로텍을 중심으로 셀런, 셀런에스앤(한틀시스템), 프리샛, 아이디씨텍, 삼보컴퓨터에 이어 한컴까지 한 식구로 거느리게 됐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