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보안장비 `옥테온行 엑소더스`

 네트워크보안업체들이 하드웨어 보안장비에 활용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범용 CPU인 인텔 CPU에서 옥테온(Octeon)으로 잇따라 교체, ‘인텔 엑소더스(exodus:대탈출)’를 방불케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어울림정보기술(대표 박동혁)은 내년부터 국내 보안업계 중 처음으로 자사 UTM(통합보안) 장비의 하드웨어 CPU를 인텔 CPU에서 옥테온 CPU로 전량 교체한다는 내부방침을 수립하고 제조사인 미국 캐비엄네트워크(Cavium Networks)와 칩 물량 조달 계획은 물론 내부적으로 종합 생산라인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국내 네트워크 보안장비는 인텔 CPU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으나 넥스지, 퓨처시스템 등 일부 네트워크 보안업체가 로우엔드급 장비 등에 한해 옥테온 CPU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계열의 정보보안 업체 시큐아이닷컴 역시 옥테온으로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시스코, 라드웨어, 노텔, 주니퍼네트웍스, 체크포인트 등 네트워크 장비와 네트워크 보안 장비를 함께 생산하는 외산업체들도 옥테온 CPU를 일부 장비에 한해 쓰고 있다.

 이에 국내 네트워크 보안업체 중 선두적 위치에 있는 어울림정보기술의 CPU교체 계획이 향후 국내 옥테온 CPU 활성화의 바로미터로 떠오를 전망이다.

 어울림 관계자는 “기존의 인텔 CPU는 윈도나 기타 운용체계에 적절한 성능을 제공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10G급의 백본이 등장해 범용 CPU나 싱글 CPU로 고성능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멀티 코어(Multi-core) CPU에 강점을 보이는 옥테온 CPU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옥테온 CPU는 △인텔 CPU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멀티코어를 구성할 수 있게 여러 개의 CPU를 상호 간섭없이 병행 처리가 가능하며 △다양한 부가 기능을 통해 인프라 보안 뿐만 아니라 응용 보안까지 고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옥테온 CPU가 인텔 CPU에 비해 시장 후발주자라 안정성은 다소 낮으리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쟁업체인 시큐아이닷컴 관계자는 “옥테온이 보안애플리케이션 처리에 뛰어난 성능을 보여 어울림정보기술의 사업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안정성만 확인되면 인텔 CPU를 옥테온 CPU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캐비엄네트워크는 2005년 설립해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인식 기능과 음성·영상·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칩과 반도체, 마더보드를 개발해 최근 대형 네트워크 장비업체와 컴퓨터 부품 제조업체들 공략에 나서고 있는 신생회사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