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나로호 1단 로켓 연소시험에서 발견된 기술적 이슈는 보조 펌프의 이상 회전수 증가로 파악됐다고 6일 밝혔다.
보조펌프는 1단 액체엔진의 메인 터보펌프로 유입되는 유체의 압력을 사전에 높여주는 핵심부품 중 하나다.
현재 러시아 기술진이 시험 결과에 대한 상세 기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를 우리 측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러시아에서 결과를 제시하면 제2차관 주재로 나로호 발사준비 검토위원회를 열어 이를 검토한 후 러시아 측과 곧바로 발사일정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교과부는 조심스레 예비발사일인 18일까지는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련의 사태 전개를 두고 러시아와의 불평등 계약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나 오히려 무책임한 러시아 비난이 기술 습득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실험대상(?)=나로호 1단로켓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만들고, 2단과 과학기술위성은 우리나라가 개발했다. 1단에 들어가는 엔진은 러시아가 2011년 발사할 예정인 차세대 로켓 ‘앙가라’의 엔진(RD-151)을 차용했다. 러시아도 아직 발사해보지 않은 엔진을 쓰기 때문에 한국이 실험대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하지만 흐루니체프는 앙가라 외에도 아리랑2호를 쏘아올린 중형 발사체 ‘로콧’, 대형 발사체 ‘프로톤’ 등을 개발해 발사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다. 다만 처음 발사되는 것인 만큼 러시아 측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는 불평등 계약인가=러시아에 2억달러라는 거금을 줬지만, 1단 기술을 우리나라에 이전하는 것도 아니고 러시아 개발 현장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불평등 계약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 고위관계자는 “러시아와는 최선의 계약을 했다”며 “혈맹이라는 미국조차도 기술 이전이나 기술 공동개발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으나, 러시아는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우주기술은 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는 만큼 모든 나라들이 전략기술로 엄격하게 보안을 지키는 것이어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러시아와 협력으로 한국이 얻는 것은=1단의 핵심은 엔진기술이다. 우리나라는 나로호 발사에서 엔진기술을 제외한 모든 것을 경험하고 배우게 된다. 우리나라 연구진과 기업들은 발사체 설계부터 시험, 조립, 발사운영 등을 러시아와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우주개발 선진국의 운영체계와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또 2단의 고체연료 로켓을 자체 개발하고, 위성을 자체 발사해보는 것도 성과다. 우리나라는 나로호 발사 경험을 토대로 2018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자력 위성발사체 ‘KSLV-II’를 개발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지원을 확대해 자력 발사 시기를 앞당기자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우선순위의 문제인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