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전문점 상호 비방전 `재발`

 최근 이사를 앞두고 양문형 냉장고를 장만한 최모씨(37)는 구입까지 적잖이 애를 먹었다. 백화점은 환불이나 교환이 쉬울 것 같지만 가격이 부담스럽고 홈쇼핑이나 인터넷은 못 미더웠다. 더구나 전자유통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모델명이 같더라도 대기업 직영점에서 파는 제품과 비교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소문까지 들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최씨는 인근 제조사 직영대리점에서 기획상품으로 나온 제품을 구입했지만 찜찜한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정말 소문대로 모델명이 같더라도 전자제품 유통경로에 따라 부품과 기능에서 차이가 있을까.

 전자전문점들이 수요 창출을 위해 과열경쟁을 벌이면서 몇해전 발생했던 경쟁 유통업체 비방전이 다시 재발하고 있다. 실제 일부 매장 직원은 소비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경쟁사가 유통하는 제품은 일부 기능이 떨어져 수명이나 절전효과 등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부품을 사용합니다”=본지가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12일간 수도권에 위치한 하이마트·디지털프라자·하이프라자 등 전자전문점을 대상으로 이들 모두에서 판매하고 있는 동일 모델에 대한 판매사원들의 상행위를 조사했다. 대부분의 판매점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일부 제품은 기능이 떨어진다’라는 상담을 받았다.

 서울 봉천동의 직영대리점 판매사원은 “솔직히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그렇지만 방송사 소비자불만 프로그램에서 보도된 내용을 보면 양판점 제품은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같은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제품 생산라인이 A, B, C로 나뉘어져 탑재되는 부품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판매사원은 “중국산 부품이 들어가면 제품 수명이나 절전효과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며 “몇만원을 아끼려다 몇 수십 만원의 손해를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말했다.

 서초동의 한 대리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일부 유통점에서 판매되는 동일모델에 대한 가격을 묻자 대리점 판매사원은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정상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일부는 부속품이 빠져 있어 수명이 짧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모델은 같은 품질=전자제품은 품질에 대한 우려가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내구성이나 부속품의 질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소비자도 있다. 하지만 동일한 모델일 경우 유통업체에 따라 품질 차이가 있는 경우는 없다. 다만 각 유통 채널별로 공급되는 전용모델에 한해 일부 내·외부 마감재, 디자인이 등이 달라질 수는 있다. 값이 저렴한 만큼 기본 구성의 차이는 감수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자사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는 유통업체 어디든 동일하다”며 “일부 유통점에 정품을 공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며 비방 내용은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 염철호 사무관은 “전자전문점들이 판매경쟁을 벌이면서 구두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며 “하지만 건전한 상거래를 위해 이러한 중상비방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마트는 전자유통업계에 만연해 있는 추가 정보의 생산을 근절하고 올바른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하이마트에 제보해 주세요! 100만원을 드립니다’라는 캠페인을 다음달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비방이 사라지고 올바른 유통질서가 확립될 때까지 단계적으로 적절한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석·이형수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