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해외출장 사라진다

 다국적기업의 출장이 사라지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와 영상회의·e러닝 등 기술의 발달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다국적기업 근무의 매력 중 하나가 줄어든다는 점은 구성원에게 아쉬운 점이지만 이 같은 추세는 탄소배출 감소 등 환경문제 등과 맞물려 경기 회복 뒤에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다국적 기업 ‘출장 최소화’=글로벌기업들은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전 세계 직원을 한자리에 모아 킥오프 미팅(시무식)을 한다. 이 자리에서 전년도 실적이 좋은 직원을 포상하고 새로운 시작에 의지를 다진다.

 화려한 행사로 유명했던 오라클의 킥오프 미팅이 대표적이다. 7월에 회계연도가 시작해 8, 9월께 매년 행사를 진행했던 오라클은 올해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참석 대상을 150% 목표 달성한 사람으로 한정했다. 한국에서는 임원 1명만 해당된다.

 8월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시스코도 매년 8월 중순 개최하던 킥오프 미팅을 올해부터 영상회의로 대체했다. 지난해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라스베이거스·하와이 등에서 개최했었다. 네트워크장비회사인 익스트림네트웍스도 영상회의로 이를 대체했다. 역시 8월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무선 전문기업 아루바네트웍스는 아시아·북미 등 각 지역별로 나눠 킥오프 미팅을 진행한다.

 ◇비용 절감·친환경 ‘일석이조’=이 같은 움직임으로 기업들은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시스코는 한국에서만 매년 수십명 이상씩 킥오프 미팅에 참석했다. 70개국에 진출해 있는 시스코는 매년 수천명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출해 왔다. 항공권과 숙식 비용만 감안해도 천문학적인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경기 침체가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매년 IT업종의 매출과 이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점도 원인이다.

 출장 감소는 탄소배출량 감소라는 친환경 실천과도 맞물린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함께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기술의 발달 ‘이동 대체’=시스코와 익스트림은 네트워크기업답게 킥오프 미팅을 영상회의로 대체했다. 이동을 최소화함으로써 비용은 물론이고 출장에 필요한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시스코 같은 경우는 자사의 솔루션 홍보효과도 함께 누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영상회의 시스템이 크게 발전, 실제 대면회의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더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교육시스템도 발전하면서 킥오프 미팅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까지 인터넷이나 영상회의 e러닝으로 대체하고 있다.

 아루바네트웍스의 김영호 지사장은 “매달 있던 출장이 최근에는 분기에 한 번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며 “이같은 변화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