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녹색성장의 뿌리](2)기술지원 어떻게 받을 수 있나

[중소기업은 녹색성장의 뿌리](2)기술지원 어떻게 받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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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중소기업 기술혁신팀 A팀장은 최근 신제품 생산을 위한 공정기술을 개발하던 중 기술적 어려움에 부딪혔다. 연구 관련 기관을 이리저리 알아보던 A팀장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 중소기업을 위한 무료 기술상담전화(080-9988-114)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상담전화는 ‘중소기업 기술 지원 콜센터’로 연결됐고, 상담원은 전국기술지원허브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의뢰한 내용을 검색해 A팀장에게 가장 적합한 지원 사항을 문자로 통보해줬다.

 기술지원 결정에 이어 곧 의뢰기업만을 위한 박사급 기술 지원 책임자가 선정됐다. 이 책임자는 의뢰 기업이 겪고 있는 공정 개발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연구원을 파견, 현장에서의 맞춤형 기술지원이 이뤄지도록 주선했다.

 중소기업은 이 전문 연구원을 통해 기술지도, 상담, 자문 등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정을 개발하는 과정 중에 기술지도나 자문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필수 부품 중 하나에 대한 시험·측정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현장에 파견된 전문 연구원은 직접 시험·측정을 위한 설비를 도입하는 것보다 전국에 구축된 생기원의 개방형 실험실을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개방형 실험실은 공용실험실 및 공정실험실로 구성돼 있으며 2100여종의 첨단 장비를 활용해 시험·측정·시제품 제작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A팀장은 생기원 홈페이지(www.kitech.re.kr)에서 지원이 필요한 장비를 찾아 이용 신청을 한 후, 지정된 날에 시험할 부품을 준비해 개방형 실험실을 찾았고 미리 배정된 담당 장비 전문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장비 운영을 배워 무사히 시험 및 측정을 마칠 수 있었다.

 신제품 생산을 위한 공정은 개발됐지만 이를 통해 생산한 제품의 상용화, 특히 수출을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또 다른 난관으로 떠올랐다. 이 역시 생기원이 펼치고 있는 KOLAS(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한국교정시험기관인정기구) 공인인증 사업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KOLAS는 전 세계 47개국에 통용되는 기술표준으로 국내 시험성적서를 받아 국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중소기업은 개발한 신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게 된 것이다.

 처음에 의뢰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지원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기술지원을 담당했던 책임자는 이후에도 해당 기업과 돈독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지원한 기술을 운용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 새로운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한번 인연을 맺은 중소기업들에는 세미나를 통한 기술정보 제공, 중소기업 기술정책 및 아이디어 교류, 연구원을 통해 양성된 우수인력 채용 기회 제공 등 다양한 혜택도 지원해 준다.

 이 업체는 생기원 원스톱(one-stop) 기술지원의 도움으로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시판할 수 있게 됐지만, 만약 생기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상담했더라도 고민할 필요는 없다. 중소기업이 의뢰해온 애로가 생기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경우 산업기술연구회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기술지원 허브사업’을 통해 다른 산업계 출연연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해 놨기 때문이다.

 또 기존 중소기업이 아니라 새롭게 창업을 준비하는 사업자라면 생기원 창업보육센터의 지원을 받으면 된다. 창업보육센터는 사업 운영에 필요한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기술개발, 장비지원, 제품생산 및 경영지원에 이르기까지 실질적 기술지원을 포함한 통합적인 중소기업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천안·시화·안산 등지에 5개 창업보육센터를 운영 중이며, 100여개 기업이 입주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이전을 기다리고 있는 유망기술들

 ◆헬리컬기어식 차동제한장치

 생기원 동력부품지원센터 김형모 박사팀은 최근 커브 주행 시 자동차 바퀴의 안정화를 위해 필수적인 ‘차동제한장치’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해 6600만대(2005년 기준)를 생산하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370만대 규모다. 이 중 헬리컬기어식 차동제한장치 적용차량은 5∼10% 정도로 추정되며, 그간 국내에서는 해당 부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생기원이 헬리컬기어식 차동제한장치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상용화가 이뤄지면 250억∼300억원 가량의 수입 대체 효과를 도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헬리컬기어식 차동제한장치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다판식 장치와는 달리 클러치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클러치 마모정도에 따라 차동제한력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김 박사팀의 장치는 기어 각 부의 치합(Tooth Meshing)과 반력(Separating Force), 헬리컬 기어의 부하, 그리고 배부요소들의 마찰조합에 의해 차동제한력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환경친화적 다층 연성 인쇄회로 제조기술

 인쇄회로기판(PCB)은 구리 배선이 가늘게 연결된 판으로, 각종 부품을 연결시키는 핵심 전자 부품이다. 휴대폰, 컴퓨터, LCD TV,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며, 국내 IT 분야 5대 수출품 중 하나로 2006년에 5조4000억원의 생산액을 기록해 연간 17%가 넘는 급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PCB 제조 과정 중 구리 등의 중금속이 포함된 폐수가 배출돼 심각한 수질 오염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생기원 융합생산기술연구부 강경태 박사팀은 잉크젯 기술을 응용해 폐수를 발생시키지 않는 ‘다층 연성 인쇄회로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전도성 잉크를 기판에 분사해 회로도를 인쇄하는 것으로, 실용화될 경우 연간 1000만톤 이상 발생하는 중금속 폐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돼 환경오염 예방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이 PCB 제조업체 전반에 보급될 경우 연간 100㎿급 화력발전소 1기의 전기 생산량을 줄일 수 있으며, 기존 6단계였던 PCB 제조 공정을 2단계로 단순화할 수 있어, 생산공정 단순화에 따른 재료 및 생산비용 절감 비용만도 매출액의 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속통신용 디지털가먼트

 디지털가먼트(Digital Garment)란 언제 어디에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정보를 공유, 유비쿼터스를 실현하는 첨단의류다. 디지털 가먼트의 핵심은 대용량의 정보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통신용 전기전도성 섬유인 디지털 사(Digital Yarn)다.

 현재 스위스, 벨기에, 독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디지털사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생기원 섬유융합연구부 정기수 박사팀은 80Mbps의 전송 속도를 나타내는 디지털사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한 디지털사의 코어부분은 10㎛ 직경의 구리 필라멘트 3∼7가닥으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 전자파 차폐를 위해 미세박막 코팅을 하고, 다시 절연을 위해 수지 코팅 처리를 한다. 마지막으로 제직 및 편직 공정에서 마찰을 최소화해 공정의 작업성을 높이기 위해 염색사로 커버링을 한다. 염색사는 용도나 디자인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같은 디지털 사와 일반사를 혼합해 편직을 하면, 디지털 사 부분은 전자기판의 회로와 같은 역할을 해, 이 부분을 통해서 데이터가 송수신된다. 생기원은 디지털사 개발뿐만 아니라 편직기술을 이용해 최대 300라인의 동시 회로 설계 및 디지털밴드를 이용한 의류 생산기술과 커넥터를 이용한 모듈 간 연결기술까지 확립, 디지털가먼트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