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세상을 바꾸는 힘, 뉴IT-게임·영화의 미래

[창간27주년]세상을 바꾸는 힘, 뉴IT-게임·영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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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과 영화의 미래는 ‘오감도(五感盜)’다. 사람들의 오감(五感)을 훔치는(盜) 콘텐츠가 미래를 이끈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시청각 매체인 게임과 영화가 오감자극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닌텐도 위(Wii)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준 체감형 게임은 지난달 6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프로젝트 나탈(Natal)’에서 게임의 미래임을 전 세계 게임 관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독일 게임 자율규제 기구인 BIU의 올라프 볼터스 대표는 게임의 미래로 서슴없이 ‘프로젝트 나탈’을 꼽았을 정도다.

 영화 역시 평면의 스크린을 거부하고 입체로 더욱 현실감 있는 콘텐츠로 거듭나는 중이다. 초창기 수많은 영화 실험 중의 하나로 여겨졌던 입체영화 기술은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CEO가 “영화산업 역사 이래 가장 중요한 혁신 중 하나”라고 단언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2012년까지 모든 작품을 입체 상영이 가능한 풀(full) 3D로 제작하겠다는 픽사는 그 첫 번째 야심작 ‘업(UP)’을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선보였다. 할리우드의 주요 영화 제작사의 이 같은 변화와 국내에서 ‘4D 플렉스’의 성공은 입체 영화가 조만간 영화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오감자극 게임과 영화는 이용자가 느끼는 영역이 달라지는 것을 넘어 제작방식과 표현방식에서 현재의 게임·영화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나탈’ 최첨단 기술의 총아=‘프로젝트 나탈’의 핵심은 얼굴 표정·목소리·감정을 포함한 인간의 동작을 인식하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축구 게임에서 ‘경기 시작’을 외치면, 플레이어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센서 앞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 X박스 라이브에 접속할 수 있고, 복잡한 게임 규칙이나 조정법을 몰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는 RGB 카메라·깊이 감지 센서·다중배열 기반 마이크와 전용 소프트웨어 실행용 프로세서 등 최첨단 IT가 통합될 때 구현 가능해진다.

 ‘나탈’에 포함된 RGB 카메라는 세 가지 기본 색 요소로 구성된 비디오 카메라로 얼굴 인식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 흑백 CMOS 센서가 결합된 적외선 프로젝터를 통해 공간을 3차원으로 인식한다. 다중배열 마이크는 음성을 소리와 주변의 소음을 구분해 헤드세트 없이도 X박스 라이브 파티 채팅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비단 ‘나탈’뿐만 아니라 체감형 게임 구현과 발전은 인지과학·뇌과학·위치기반기술·컴퓨터그래픽·광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의 총망라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같은 기술 개발은 게임·영화를 포함한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기반이다.

 우리 정부 역시 이 같은 기반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인지해 문화기술(CT) 분야의 연구개발(R&D)에만 올해 675억원을 책정했다.

 ◇이제까지의 경험은 잊어라=오감자극 콘텐츠의 등장은 그동안 게임과 영화를 즐기지 않았던 계층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프로젝트 나탈’이 출시되면 컨트롤러 작동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비디오 게임기를 멀리했던 여성이나, 방법이 어려워 게임을 즐기지 못한 어른들까지 온 몸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입체 영화와 영화에 향기·바람·물 같은 다양한 오감자극 요소를 넣은 4D 영화 역시 홈시어터의 등장으로 극장을 멀리했던 관객들의 발길을 되돌려 놓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과거 테마공원이나 놀이공원에서만 경험했던 10분 안팎의 체험이 영화 상영 전반으로 확대된다면 이는 분명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작용한다.

 국내 최초로 4D 상영관을 구축한 CGV 측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요인으로 4D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4D가 영화의 미래고 이것이 극장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불가능한 표현은 사라진다=콘텐츠를 즐기는 계층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이를 충족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과 표현의 등장을 의미한다. 또, 체감형 콘텐츠는 기존의 시청각 외에도 다른 감각을 이용하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에 고려되던 요소들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컴퓨터그래픽(CG)이 없었다면 ‘해운대’의 쓰나미나 ‘국가대표’의 멋진 스키점프 장면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재난영화와 같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엄두조차 못 냈을 것이다. 굳이 ‘반지의 제왕’이나 ‘트랜스 포머’ 같은 작품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재 제작되는 대부분의 영화의 주요 장면에는 CG가 들어간다. 기술은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생애 최초로 풀 3D 애니메이션에 도전하는 린 다로 감독은 “아티스트가 기술에 종속되서는 안된다”면서도 “3D가 2D에서 표현하지 못한 것을 가능하게 하듯 새로운 기술은 표현의 영역을 확장시킬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풀 3D로 만들 차기작 ‘아바타’에 기대를 거는 이유 역시 그가 ‘타이타닉’에서 CG를 활용해 기존 영화에서 보지 못한 침몰 장면 등을 연출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풀 3D라는 아직은 생소한 콘텐츠 제작 기술을 동원해 표현해내는 장면은 이후 다른 영화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입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산업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싱가포르·프랑스 등에서 열리는 주요 3D입체 영상 관련 전시회 및 행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건 게임이건 이용자가 생각하는 한계를 무너뜨리는 체감형 콘텐츠의 등장이 머지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당신의 오감으로 그것을 즐기는 일이다.

 ◆국내 최초 4D 영화관 ‘4D 플렉스’

CGV상암에 위치한 ‘4D플렉스’에선 영화를 ‘본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이곳은 영화를 ‘느끼는’ 곳이다.

파도가 치는 장면에서는 의자가 넘실거리며 실제 파도 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헬기가 뜰 때 의자의 미세한 진동과 지진 장면에서 흔들림은 영화 속 주인공이 느끼는 감각까지 그대로 전해준다. 특히 해운대 4D 상영의 압권은 천둥이 칠 때 영화관 전체에 특수조명을 사용해 섬광이 번뜩이는 부분이다.

 2시간의 상영시간. 영화를 봤다기보다는 영화를 체험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공포영화 ‘블러디 발렌타인’을 4D로 보는 내내 발 밑에서 뭐가 나올까봐 의자 위에 발을 올리고 봤다는 블로그 후기가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의자의 진동, 음향, 수증기, 조명과 같은 효과는 철저하게 시나리오를 분석한 후 적절한 시점에서 관객에게 표현된다. 4D 효과 시간은 전체 영화 상영시간의 15∼20%. CGV 측은 이 정도가 관객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영화 속 현실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적정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 1월 문을 연 CGV 상암동의 ‘4D 플렉스’는 개관 초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4D 영화를 관람한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개관 1년도 되지 않아 5만명이 찾았다. 가격도 기존의 영화 관람료보다 다소 비싼 1만2000원(성인 기준)에서 1만5000원 선이지만, 블러디 발렌타인 같은 경우 예매 경쟁이 일고 암표까지 돌아다닐 만큼 인기를 누렸다.

 4D 플렉스의 조기 성공 요인은 영화를 볼 수 있는 매체가 극장 외에도 다양해진 상황에서 관객이 극장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욕구를 끌어내고 자극한 것. CGV는 상암 ‘4D 플렉스’의 성공에 힘입어 연내 용산·영등포·강변에 추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4D 플렉스가 주목되는 이유는 상업적인 영화를 4D로 상영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점. 무성에서 유성으로. 흑백에서 컬러로. 이제 인간이 스크린 속 현실을 체험하는 영화 관람 혁명을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