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광명 아파트형 공장] 브랜드 옷 입은 `벤처요람` 강남 뺨치네

[G밸리·광명 아파트형 공장] 브랜드 옷 입은 `벤처요람` 강남 뺨치네

 아파트형 공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벤처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전역에 수많은 아파트형 공장이 세워지 있고 이 안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성장의 꿈을 꾸고 있다.

 특히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가 구로공단에서 벤처밀집단지로 변화한 과정에는아파트형 공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벤처 거품이 빠지고 제조업체들이 지방이나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간 이후 이 자리를 아파트형 공장이 대신했다. 새로 창업하는 기업이 이 일대에 대거 자리잡았고 강남이나 여의도에 사무실을 가졌던 업체들도 대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해왔다.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벤처단지들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중앙부처나 지자체의 계획이 포함된 경우보다는, 아파트형 공장이 세워지면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벤처단지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아파트형 공장이 벤처를 이끌다=2000년대 초반부터 구로 일대에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중견 건설사들이 성공적 분양에 성공하면서 기업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구로·금천구 일대의 산업단지에만 현재 78개의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고 28개가 건설중이다. 이런 과정에서 이 지역에만 1만개에 육박하는 기업들이 들어왔다. 여기서 일하는 종사자만 13만명에 달한다.

 아파트형 공장 한 동에는 보통 100개의 기업체가 입주해있다. 한 건물에 100명의 CEO가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건물 입주자 대표 모임도 자주 이뤄진다. 아파트형 공장이 밀집해있다 보니 주변 기업체와의 비즈니스 협력 기회도 많다. 아파트형 공장별로 축구·골프·산악 등의 동아리가 활성화된 것도 흔한 모습이다.

 기업들의 수요에 의해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다기 보다는 아파트형 공장이 기업체, 벤처인들을 불러 모았다는 표현이 더 옳다. 이런 움직임은 이제 광명과 영등포를 넘어 수원·부천 등 지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첨단 오피스빌딩 능가·투자목적도=아파트형 공장 하면 보통사람들은 투박한 건물에 편의시설이 제한될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을 하기 쉽다. 전혀 아니다. 최근 공급되는 아파트형 공장은 웬만한 여의도나 강남의 첨단 오피스빌딩보다 월등한 시설을 자랑한다. 뛰어난 건물 내·외부 조경시설은 물론이고 자체 회의실과 휴게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보통 구로의 아파트형 공장의 임대료는 강남의 2분의 1, 관리비는 4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아파트형 공장을 부동산 상품으로 삼아 시세차익까지 얻는 기업도 늘면서, CEO들은 비즈니스 목적 이외에 투자대상으로서의 아파트형 공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G밸리의 한 중견기업 사장은 “여의도에 있던 임대비용에 일부 자금 대출을 받아 3년전 가산동에 자체 건물을 분양받았다”며 “바로 매각할 계획은 없지만 부동산 자산가격이 40∼50% 오른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전 당시 일부 직원의 불평이 있었지만 건물 내 체력 단련실과, 다양한 쉼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지금은 대다수가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브랜드 시대=초기 아파트형 공장을 이끌던 이름은 ‘대륭’, ‘에이스’, ‘벽산’ 등이었다. 이제는 대기업 건설사들이 잇따라 아파트형 공장 시장에 뛰어들면서 브랜드가 다양해지고 있다. 일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아파트형 공장도 브랜드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G밸리에만 한화건설, 한라건설, KCC건설, STX건설 등이 연내, 내년까지 새로운 아파트형 공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CJ와 SK도 아파트형 공장을 공급하고 있다. 롯데건설, 삼성중공업 등도 이미 아파트형 공장을 성공적으로 분양한 경험을 확보했다.

 구로지역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처럼, 같은 지역에 들어서더라도 브랜드에 따라 아파트형 공장 가격이 달라지는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