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 새로운 역사를 쓴다] (8)끝나지 않은 디지털 카메라의 진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 전망니콘은 프로젝터를 내장한 디지털 카메라를 업계 처음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촬영한 사진을 카메라 중앙에 있는 프로젝터로 벽·화면 등에 투사해 최대 40인치 크기로 감상할 수 있다. 카메라 렌즈 생산으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초소형 프로젝터 모듈 개발에 활용한 것이다. 이에 앞서 후지필름은 3차원 동영상과 사진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 ‘3D W1’을 공개했다. 3차원 입체 기술을 탑재한 3D W1은 특수 안경 없이도 LCD 모니터로 3차원 동영상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원 터치로 2D·3D를 마음대로 선택하고 상황에 맞게 셔터 속도와 조리개 값을 조절한다. 지난 8월 일본 현지에서 출시한 이 제품은 프리미엄 가격대지만 출시 두 달 만에 5000대 이상 팔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디지털 카메라가 또 한 번의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1975년 코닥 엔지니어였던 스티븐 세손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 이후 디지털 카메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대중화하기 시작해 지금은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제품은 인터넷 미니 홈페이지 열풍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10년 만에 카메라 시장에서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밀어낸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부상하면서 80년 가까이 시장을 주도했던 필름 카메라는 점차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났다. 필름 카메라 시대는 1925년 독일 라이카가 처음으로 35㎜ 카메라를 내놓으면서 개막했다.

 실제로 필름 카메라는 이제 유물이 됐다. 필름 카메라는 2002년 2023만대에서 2007년 79만대까지 출하량이 감소한 이후 지금은 출하량 집계마저 중단된 상태다. 반면에 디지털 카메라는 2002년 2455만대에서 지난해 1억2105만대로 6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100%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르네상스 시대를 누린 디지털 카메라는 겉으로 진화가 멈춘 듯이 보인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 진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니콘의 프로젝터 카메라, 후지필름이 내놓은 3D 카메라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주도할 5대 흐름을 점검해 본다.

 # ‘화소’에서 ‘인터페이스’ 경쟁으로

 디지털 카메라 초기,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화소였다. 이 덕분에 디지털 카메라 화소 수는 1999년 250만화소에서 올해 1500만화소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점차 화소 경쟁이 무의미해졌다. 화질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한 화소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대신에 성능과 혁신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이 고객 수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진 삼성디지털이미징 대표는 “웹 2.0 환경이 보편화하면서 쉽고 편리하게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오히려 경쟁 포인트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삼성은 8월 카메라 앞면에 LCD를 장착해 내놓은 ‘듀얼’ 디지털 카메라를 내놨다. 셀프 카메라 촬영을 즐기는 신세대 젊은 층을 겨냥해 편리함을 높여 출시한 이 제품은 해외 시장에서 1분에 4대꼴로 팔릴 정도로 카메라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선보인 소니 ‘사이버 샷’ 신제품도 고기능으로 무장했다. 어두운 실내 환경에 최적화한 기능을 지원한 이 제품은 야경 촬영할 때 발생하는 화면 잡음(노이즈)을 기존 제품의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 콤팩트 카메라, ‘고선명(HD)’ 시대의 개막

 카메라가 정지 화면만 찍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동영상 기능은 이미 카메라의 큰 흐름으로 굳어졌다. 동영상 기능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던 디지털 렌즈 교환식(DSLR) 카메라에서도 동영상을 기본 기능으로 탑재하는 추세다. 니콘과 캐논은 이미 동영상 DSLR 제품을 내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같은 동영상이라도 화질이 훨씬 좋아진 HD 해상도 지원 제품까지 나왔다. HD 제품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7년. 당시 5∼6종에 불과했지만 올해 신제품 20여 종이 나올 정도로 모델이 다양해졌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가 지원하는 HD 동영상 해상도는 대부분 1280×720으로 풀HD 해상도인 1920×1080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조만간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캐논·소니·파나소닉 등이 고화질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강동환 캐논코리아 사장은 “디지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기능 측면에서는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고 화질을 포함해 소비자의 성향에 맞는 제품을 누가 더 가지고 있는지가 결국 시장의 승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컨버전스’ 제품의 부각

 정보기술(IT) 큰 흐름의 하나는 ‘컨버전스’다. 카메라도 예외일 수 없다. 디지털 카메라도 MP3 파일 재생은 물론이고 모바일 방송(DMB)에 디빅스(DivX) 동영상까지 감상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이들 기능이 강조되면서 PMP·MP3P 등 다른 휴대형 제품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카메라는 이미 음성과 이미지 압축이 가능한 프로세서를 내장해 기능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만큼 컨버전스로 제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폴라로이드는 올해 즉석 인화 기술을 탑재해 산업계에서 처음으로 프린터를 내장한 디지털 카메라를 발표했다. 이 제품은 촬영한 사진 한 장을 60초 만에 출력할 수 있다.

 와이파이(Wi-Fi)·GPS 등 네트워크 기능도 컨버전스화를 앞당기고 있다. GPS로 촬영한 위치를 파악하고 무선 인터넷에 직접 연결해 사진을 실시간으로 블로그·e메일에 전송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고화질 이미지를 저장하기 위해 대용량 메모리 카드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가격 부담까지 덜 수 있다. 후지필름이 최근 내놓은 3D 카메라, 니콘이 준비 중인 프로젝터 카메라도 모두 혁신 기술에 기반을 둔 컨버전스 제품이다.

 # 하이브리드 제품, 새로운 카테고리로

 디지털 카메라 ‘변종’으로 취급받던 하이브리드 제품이 새 카테고리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하이브리드는 DSLR 화질과 콤팩트 카메라 휴대성을 동시에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DSLR와 같은 렌즈 교환 방식과 대형 센서 대신에 DSLR 카메라에 사용하던 내부 거울을 없애 크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올림푸스는 50년 전 히트 모델이었던 ‘펜’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다시 설계해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발매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히트 상품 대열에 올랐다.

 파나소닉도 흥행에 실패했던 ‘루믹스 G1’을 보완한 ‘루믹스 GF1’을 공개하고 시장 선점을 벼르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 G1에 비해 크기와 무게를 35% 줄이고 마이크로포서드 1210만화소 센서와 LCD 창을 탑재했다. 삼성도 첫 하이브리드 디지털 카메라 ‘NX’ 출시 시점을 조율 중이다.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은 “내년은 콤팩트와 DSLR로 나뉜 카메라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제품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원년”이라며 “카메라 시장 구도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내 카메라 시장은 ‘정중동’

 경기 불황과 맞물린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정중동’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 비해 소폭 성장하지만 성장 폭은 높지 않을 것으로 산업계는 내다봤다. 대신에 혁신 제품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삼성은 올해 디지털 카메라 전체 시장을 220만대, 내년 221만대로 사실상 정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제품은 8000대에서 6만5000대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낙관했다. 올림푸스는 올해 카메라 시장을 240만대로 추산했으며 내년 10% 이상 성장한다고 분석했다. 올림푸스 측은 정체한 시장 돌파구로 ‘사양(스펙)’을 앞세운 경쟁보다는 카메라 문화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사진 캠페인, 공동 출사 프로그램과 같은 업계 공동 프로모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캐논은 올해 카메라 시장 규모와 관련해 콤팩트 200만대, DSLR 33만대로 추산했으며 내년에는 콤팩트는 5% 줄어든 190만대, DSLR는 6% 정도 증가한 35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