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의 미래사회] (2)컴퓨터가 하산할 때

[박성원의 미래사회] (2)컴퓨터가 하산할 때

 아이를 키우다보면 문득 ‘이젠 스스로 크겠구나’하는 마음과 함께 ‘조만간 내 품을 떠나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질문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듣기만 하던 아이가 궁금한 것이 있다며 손을 들 때, 이는 자신의 세계가 만들어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식들이 자립하는 모습을 보는 뿌듯한 감정은 유사 이래 모든 부모가 느꼈을 것이다.

 현재 인류는 선조들과는 꽤 다른 의미에서 자신의 피조물이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인간의 명령어에 충실히 따르던 컴퓨터가 인간에게 거꾸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이다. 다행히 컴퓨터의 질문에 우리가 대답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컴퓨터와 인간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최근 미국 코넬대 컴퓨터공학과 립슨 교수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자연과학법칙을 발견하는 컴퓨터’를 소개했다. 요약하면 컴퓨터에 복잡한 실험 데이터를 넣으면 컴퓨터는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를 특정한 수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 수식은 숱한 과학자들이 거대한 데이터와 씨름하면서 찾고 싶었던 ‘자연의 법칙’일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라면 생애 한 번이라도 자연의 신비를 알아내는 ‘유레카!’를 외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컴퓨터는 끝도 없이 놀라운 발견을 쏟아내는 셈이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코넬대 실험팀은 이 중 진동자를 이용한다. 규칙 없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 보이는 진동자를 관찰한 컴퓨터는 인간의 머리로는 불가능한 방대한 데이터와 방정식의 짜맞추기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 실험 결과를 두고 과학계 일각에선 비판적 시각을 제시한다. 어차피 전자계산기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인간의 연산능력을 훨씬 앞섰고 이제 역으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정식을 짜내는 수학적 능력을 갖췄을 뿐이다. 수식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식이 의미하는 바를 찾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판론자들은 과학자가 바보가 아니며 발견한 법칙이 신뢰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게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직관에 의지하거나 동료 과학자들과도 교류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이러한 수식의 신뢰성이나 사회적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이들은 꼬집는다.

 그러나 코넬대 컴퓨터공학과 실험팀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과학자에겐 불분명해 보여도 컴퓨터에겐 명확하고, 과학자들에게 명확한 것이 컴퓨터에겐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이는 컴퓨터가 자신이 찾은 수식을 이해하진 못할지라도 과학자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컴퓨터가 인간이 모르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짚어낸다면, 이러한 정보를 데이터로 축적하며 세대가 거듭되면서 보다 진화한 2세(신형 컴퓨터)에게 전달한다면, 그 컴퓨터는 인간의 품을 떠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할지 모른다.

 인간에게 배울 것이 없다며 떠나는 컴퓨터를 볼 때, 우리는 뿌듯할까, 당혹스러울까. 그건 아이가 부모를 모방하듯, 컴퓨터도 인간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데 답이 있을 것 같다.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