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UN 전자정부 1위,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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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 UN 전자정부 1위, 그 이후…

 “DJ가 ‘정보화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YS가 터를 닦지 않았으면 가능했을까요?”

 지난달 ‘UN 전자정부 평가 1위’라는 보도자료를 받자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작년 말 우연히 만난 YS 시절 고위인사 L이 쏘아대듯 했던 반문이다. 불현듯 그의 말이 떠오른 것은 ‘지난 2년간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화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보도자료의 첫 문구 때문이었다.

 L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그는 정보화가 단순한 시스템 구축보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정보화 성과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YS 시절 처음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또 초고속 인터넷망을 대대적으로 깔지 않았다면 DJ 시절에 정보화가 과연 꽃을 피웠겠냐는 논리다.

 곰곰이 되새겨보면 L의 논리는 정보화 전문가들 사이에 상식으로 통한다. 그러면 ‘UN 전자정부 평가 1위’의 공로는 과연 어느 정권으로 돌아갈까. 참여정부인가, MB정부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반반이다. 2008년 UN 평가 6위에서 2년 만에 1위로 오른 성적표에는 ‘활용과 소통’을 화두로 한 MB정부의 신정보화 정책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정보화 사업의 성과가 뒤늦게 빛을 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UN평가가 올해 발표됐지만 실제 평가 시기는 2009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1년 남짓 지난 시점에서의 평가가 과연 온전한 것인지 자문해볼 일이다.

 ‘UN 전자정부 평가 1위’는 대단한 업적이자 경사다. 지금까지 삼성·LG 등 우리 기업이 세계에서 1등을 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특정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화자찬이 불러올 방심이다.

 정보화전략위원회 실무위원장을 맡은 이철수 경원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정보화는 ‘달리는 자전거’다. 페달을 멈추면 속도가 줄어들고 결국 서게 된다. 최근 ‘아이패드’로 다시 주목받은 애플은 반면교사다. 애플은 ‘아이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갔다. 다음에는 ‘애플TV’로 세계의 안방까지 노릴 태세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전자정부 1위’는 아직 독보적이지 않다. 전자정부 수출 사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방증이다. ‘아이폰’에 세계 각국이 열광하듯 한국의 전자정부가 글로벌 파괴력을 가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으로 ‘거인’ 뉴턴의 어깨 위에 올라섰다. ‘아이패드’를 공개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아마존이 전자책 단말기(e리더)의 개척자로 엄청난 일을 했지만 우리는 아마존의 어깨 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참여정부의 어깨를 밟고 ‘UN 전자정부 평가 1위’에 오른 MB정부의 임무도 자명하다. 다음 정부가 올라설 더욱 높고 넓은 ‘어깨’를 만들어야 한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장지영 IT서비스팀장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