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1부-5>영상 제작 흐름을 바꾼 ‘리그’와 ‘3D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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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월트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을 3D로 변환해 재개봉했다. 당시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치킨 리틀’은 미국 내에서만 2D 버전 수익의 3배에 가까운 8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예상 밖 결과에 할리우드는 앞다퉈 3D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영화 콘텐츠 시장에 3D가 새로운 테마로 등장한 것이다. 이후 주로 2D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던 입체 영화는 지난해 ‘아바타’ 개봉을 계기로 큰 변화를 맞았다. 실사 영화 촬영을 위한 3D 기술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 3D 영상 장비 시장 ‘리그’가 주도

 3D 콘텐츠를 만들어 주는 ‘영상 장비’ 시장이 뜨고 있다. 3D 화면을 구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2D 영상을 3D로 바꿔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예 처음부터 3D로 제작하는 식이다. 두 방식 모두 3D를 구현하는 장비가 필요하다. 제작 원리는 우리가 3D를 볼 때와 비슷하다. 사람은 보통 두 눈을 통해 입체적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왼쪽과 오른쪽 눈의 간격은 약 6.5㎝. 이 차이가 양쪽 눈의 망막에 맺히는 상을 달리 만들어 준다.

 이는 영상에서 3D 효과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영상 촬영은 렌즈 하나로 가능하지만 3D 영상을 촬영하려면 렌즈 두 개가 필요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3D 촬영을 위한 기기는 대부분 이런 양안 시차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대표 장비가 ‘리그(rig)’다. 리그는 두 대 카메라를 이용해 입체 효과가 구현되도록 도와준다. 사람 눈처럼 카메라 두 대 간격을 고정해준다. 최근 몇 년 사이 만들어진 3D 영화는 대부분 리그를 이용해 제작했다.

 리그에는 수평식과 직교식(수직식)이 있다. 수평식 리그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장비다. 카메라 두 대를 수평으로 붙이면 그만이다. 이 장치는 중원 거리와 원거리 촬영에 적합하다. 반면에 수평식은 근거리에서 찍은 영상이 부자연스럽다는 단점이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피사체 입체감을 구현하려면 6.5㎝ 이내로 카메라 렌즈 간격을 좁혀야 하지만 영화 촬영용 카메라는 부피가 커서 이 간격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한 게 바로 직교식 리그다. 수평식과 달리 카메라 두 대를 직각으로 배치한다. 다시 말해 카메라 한 대는 정면을 응시하고 다른 한 대는 직각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카메라 위 또는 아래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렌즈 간격을 충분히 좁힐 수 있어 근거리 피사체를 촬영할 때에도 입체감이 도드라지게 된다. 입체감은 특수 코팅 처리된 ‘하프 미러(half mirror)’를 렌즈 사이에 설치해 구현한다. 직교식 리그는 수평식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며 무겁다는 단점이 있지만 좀 더 보기 좋은 입체영상을 구현하기에 적합하다.

 영화 제작사는 저마다 독자 기술력을 적용한 리그를 제작해 영화 촬영에 사용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촬영에 투입된 장비도 페이스테크놀로지에서 만든 ‘퓨전’이라는 장비다. 스리얼리티(3Ality)는 아일랜드 록그룹 ‘U2’ 공연 실황을 자체 제작한 리그를 이용해 촬영했다. 이들 기기는 대부분 기존에 소니·파나소닉 등에서 생산된 일반 촬영용 카메라를 자신들이 제작한 리그에 탑재해 3D 효과를 구현했다.

 # 3D 장비 블루오션, 캠코더와 카메라

 리그와 함께 빼 놓을 수 없는 3D 촬영 장비가 바로 카메라와 캠코더다. 지난해부터 방송 장비업체는 3D 카메라 제작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 4월 파나소닉은 3D 풀HD 제작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파나소닉은 미국에서 열린 멀티미디어 가전전시회 ‘CES 2010’에서 새로운 3D 캠코더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두 개 렌즈, 카메라 헤드, 영상 저장 장치가 세트 하나에 모두 담겼다. 좌우 렌즈의 영상 엇갈림을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기능이 있어 외부 장치를 통한 보정이 필요 없다. 파나소닉은 올해 4월부터 예약을 받고 하반기에 양산 제품을 시중에 내놓는다.

 후지필름도 2009년 9월 ‘파인픽스 리얼 3D W1’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일반인을 위한 3D 카메라라는 점에서 다른 제품과 좀 다르다. 영상 촬영 원리는 다른 3D 카메라와 같다. 좌우에 렌즈 두 개를 갖춰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면 두 장의 결과물이 생성되는데 카메라 내부 엔진이 두 결과물을 합성해 3D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결과물은 본체에 장착된 LCD 창을 통해 3D로 확인하고 전용 인화지와 장비를 이용하면 3D 사진을 인화할 수 있다.

 미국 티디비전도 3D 카메라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720p HD 영상을 MPEG4 포맷으로 저장한다. 제품에 LCD가 장착되지 않아 결과물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소니가 지난해 10월에 내놓은 3D 카메라는 아예 렌즈를 하나만 장착했다. 리그로부터 시작된 듀얼 렌즈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대신 내부에 거울을 설치해 렌즈를 통해 받아들인 영상을 좌우로 분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좌우로 나뉜 영상은 각각의 센서에 기록돼 3D 영상으로 저장된다. 리그를 비롯한 기존의 3D 카메라는 두 개 렌즈에 찍힌 영상의 편차를 맞추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으나 이 제품은 하나의 렌즈를 사용해 줌과 포커싱을 쉽게 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또 인간의 눈으로 끊김을 거의 인식하지 않는 초당 240프레임 촬영을 지원한다.

 파나소닉과 소니가 출시한 일체형 3D 카메라는 리그보다 쉽게 3D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장의 승자를 논하기는 이르다. 파나소닉 3D 카메라 가격은 220만5000엔. 전문 방송 카메라에 비해 싸지만 영화만큼 전문적이며 고화질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파인픽스 리얼 3D W1도 후지필름에 따르면 아직 내세울 만한 판매량을 기록하지는 못한 상태다. 소니 3D 카메라도 일반 3D 카메라와 입체영상 구현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분명한 점은 3D 영상에 대한 관심이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전 세계 디지털 3D 카메라와 캠코더 판매량을 2009년 3만8000대에서 2018년 981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