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20대 그대들을 믿는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003/100302060905_1880402484_b.jpg)
전 국민을 열광케 했던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올겨울 유난히 지독스러운 추위를 견뎌내야 했던 국민들에게 뜨거운 난로 하나씩을 안겨준 축복 같은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메달 행진의 포문을 열고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낸 이승훈, 빙속의 새 역사 모태범·이상화,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 그리고 금빛 피날레를 장식한 피겨퀸 김연아까지. 그리고 이름 나진 않았지만 눈과 얼음 위에 땀을 뿌렸을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
국민들은 대한민국 동계스포츠 경쟁력이 일대 도약하는 모습을 목도했다. 선수 한명 한명이 모두 진정한 챔피언이지만, 그래도 주역을 꼽으라면 첫손가락에 김연아와 빙속 선수들을 꼽겠다.
이들은 ‘남의 잔치’로만 알았던 동계올림픽을 ‘우리 잔치’로 만들었다. 우리 동계스포츠의 ‘격’을 단숨에 선진국 대열에 올려 놓았다. 김연아가 이번 시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여자 피겨 역사도 새롭게 쓰여졌다. 피겨의 기본은 얼음 위를 지치는 스케이팅이지만 예술이 결합된 동계스포츠의 꽃이다. 음악과 동작, 이야기가 합쳐져야 김연아의 작품 하나가 완성된다. 피겨 그 자체가 융합스포츠인 셈이다.
빙속 선수들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모태범과 이상화가 하계올림픽의 육상 100m라고 하는 빙속 500m에서 남녀 동반 우승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승훈은 하계올림픽의 마라톤격인 빙속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머리 하나 쯤은 더 커 보이고, 한 뼘은 더 굵어보이는 허벅지를 가진 쟁쟁한 유럽과 북미의 덩치 큰 경쟁자를 제치고, 단거리와 장거리 모두를 휩쓸었다. 전문가들은 이 비결을 쇼트트랙 주법과 단·장거리 추진력 및 지구력의 결합에서 찾는다. 여러 기술과 조건에 능한 우리 빙속선수들이 속도만 낼 줄 아는 외국 선수들을 따돌린 것이다.
신화의 주역들은 대부분 1988∼1990년생들이다. 힙합과 발라드를 함께 듣고, 노래방과 광장의 문화를 함께 즐길 줄 안다. 인터넷과 함께 태어나 기본적으로 개방적이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즐기면서 자기 일을 해나간다.
어쩌면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우리가 얻는 가장 큰 결실은 이제 막 사회에 들어서기 시작한 이들 세대가 가진 저력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국가적 에너지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20대 중후반 청년들의 시름이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이태백’이라는 자조 섞인 단어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확인했듯 ‘가능성’은 이들 세대를 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전에도 못 했는데…’ ‘이건 안 되는 거잖아…’라는 단어는 겁 없는 이들의 도전 앞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악조건과 갖가지 제약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자신을 빛나게 만드는 기회로 변화시킬 줄 알았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흐려지는 시대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를 짊어지고 나갈 이 세대의 에너지를 확인했으니 든든하기 짝이 없다.
이진호 산전부품팀장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