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정보화 격차에 우는 中企]<7> 제조업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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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LCD 제조장비 및 부품 생산업체 시너스는 가끔 고객의 긴급 주문으로 납기를 맞추는데 애를 먹었다. ‘다품종소량생산’ 비즈니스 모델이다 보니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생산체계를 변경하고 준비하는데, 시간이 제법 소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문 즉시 데이터가 생산 파트에 전달되는 생산시점관리(POP·Point Of Production) 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같은 문제는 말끔히 해소됐다. 수작업으로 진행된 주문 접수에서 생산 의뢰, 납품까지 통상 3∼4시간이 소요됐지만, POP 가동 이후 전산화함으로써 이를 1시간 내외로 절감됐다. 공정별 지연원인이 실시간으로 파악되면서 훨씬 대응도 빨라졌다.

 선박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대구지역 중소기업 태복기계는 지난 2008년 생산정보화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동안 작업 공정별로 들쭉날쭉한 공정시간을 한번 확인해보자는 단순한 이유였다. 하지만 생산정보화시스템을 가동한 뒤 매출이 무려 25%나 급증했다. 1인당 노동생산성도 무려 33.3%나 향상됐다. 정보화를 통해 공정시간이 정확하게 산출돼 불필요한 유휴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일이 손으로 기입하던 작업일지 등의 잡일도 사라지면서 현장 근로자의 업무 집중도도 크게 높아졌다.

 김태덕 대표는 “기대 이상의 효과에 더 욕심이 나 지난해에도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며 “진작 이런 생각을 했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생산 정보화도 중소기업이 빠르게 도입해야 할 신 정보화 분야로 꼽힌다. 모바일 오피스, 클라우드 컴퓨팅 등 최신 IT에 비해 이미 보편화됐지만, 대기업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중기청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생산정보시스템을 도입한 중소기업은 14.6%에 불과하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도입률 30.6%에 절반에도 못 미쳤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우 모바일 오피스 등 최신 기술보다 ERP 등 전통적인 기업정보화에 이은 생산 정보화가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생산 정보화 도입 효과는 이미 산술적으로 검증된 상태다. 중소기업청이 ‘중기 생산설비정보화 지원사업’ 지원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략적 지표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생산정보화로 데이터 도입시간은 64.2%, 불량률은 29.8% 감소했다. 또 서류작업 시간과 생산리드타임도 각각 63.3%, 34.1% 줄었다.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37.3%나 개선돼 매출액이 18.5%나 증가한다는 눈부신 성과도 나왔다. 매년 매출 5%를 늘리기 힘든 중소기업으로서는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성장이다.

 생산정보화를 통해 ‘제조업 2.0’을 실현한 기업들은 수출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차석근 생산정보화협의회장은 “최근 들어 해외 바이어들은 공장을 직접 찾아 생산에서 유통까지 실시간 정보시스템으로 관리하는지 꼼꼼히 따지기는 경우가 많다”며 “생산정보화 유무가 계약과 직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