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한달, 인터넷 뱅킹 판도 바뀐다

우리오픈뱅킹 서비스.
우리오픈뱅킹 서비스.

회사원 A씨는 최근 주거래 은행을 우리은행으로 바꿨다. 그동안 불가능했던 인터넷 뱅킹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리눅스 OS를 사용하는 그는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만 허용하는 인터넷 뱅킹이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한 달 전 우리은행이 리눅스와 매킨토시는 물론 다양한 브라우저까지 지원하는 `오픈뱅킹`을 시작하자 주저 없이 주거래 은행을 옮겼다.

지난달 9일 우리은행이 시작한 우리오픈뱅킹이 인터넷 뱅킹 소외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온라인 금융 시장에 조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오픈뱅킹은 국내 은행권 최초로 윈도는 물론 매킨토시와 리눅스 운용체계(OS)에서 파이어폭스와 사파리, 크롬, 오페라 등 멀티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우리오픈뱅킹은 서비스 시작 한달 만에 4만명이 이용하는 성과를 냈다.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사람도 속출했다.

김규태 우리은행 U뱅킹사업단 차장은 “우리오픈뱅킹 서비스 시행 후 약 300여명의 고객이 주거래은행을 변경 했으며 기존 우리은행에 계좌만 개설하고 사용을 하지 않아 정지된 계좌를 다시 이용하는 고객도 늘었다”며 “리눅스나 매킨토시를 사용해 인터넷 뱅킹에서 소외됐던 고객들이 조용히 주거래 은행을 변경하는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오픈뱅킹의 이 같은 성과가 알려지자 경쟁사들도 술렁이고 있다.

지금까지 윈도와 IE 환경만을 고집해 웹 표준의 사각지대라고 비판 받아온 금융권이 뒤늦게 웹 표준 준수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오픈뱅킹이 하나의 롤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벤치마킹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인터넷뱅킹을 그대로 둔 채 우리오픈뱅킹이란 별도의 웹을 구성,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며 대규모 변화로 인한 서비스 장애 위험을 줄였다.

대다수 은행은 각종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되는 현재 인터넷뱅킹을 어디서부터 개선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별도 사이트 구성해 점진적으로 모든 서비스를 웹 표준과 웹 접근성을 준수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금융권은 2013년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터넷 뱅킹을 개선해야 한다.

김기창 오픈웹 대표(고려대 교수)는 “그동안 전자금융거래 분야는 보안과 막대한 비용 때문에 웹 표준을 따를 수 없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우리오픈뱅킹 서비스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며 “우리오픈뱅킹은 MS와 IE에 종속된 국내 인터넷 환경을 바꾸는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