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컬처] 폴드잇

[사이언스 인 컬처] 폴드잇

과학자들이 수년간 매달려온 문제를 수만명의 게임 유저들이 매달려 풀어냈다. 최근 네이처 지에 게재된 `다중 참여 온라인 게임을 통한 단백질 구조 예측` 논문에는 9명의 주 저자 외에도 5만7000여명의 `폴드잇` 게임 유저들의 명단이 등재됐다. 폴드잇은 `단백질 접힘`이라는 세포 내 현상을 연구하는 게임으로 게임 유저들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직접 움직이면서 해법을 찾아낸다.

2008년 5월 데이빗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 팀이 제작한 이 게임은 1974년 헝가리의 에르노 루빅 교수가 발명한 루빅스 큐브에 비견된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까지 10만명이 넘는 유저들이 참여해왔다. `흔들기` `구부리기` `다시 만들기` 등의 기능을 이용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더욱 효율적인 형태로 바꾸는 것이 게임의 목표로, 접힘 현상의 효율이 좋아질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긴 사슬 모양의 아미노산이 모여 3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단백질은 인체 내 존재하는 종류만 10만종이 넘는다. 그만큼 접힘 현상도 엄청난 양이다. 게다가 수용성 단백질 이외에 지용성 단백질은 아직 몇 종류나 존재하는지 알아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어려운 현상의 규명에 게임 유저들이 참여한 뒤로 괄목할 만한 성취를 보이고 있다. 인간의 능력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보다 낫다는 증거들도 속속 나타난다. 이번 논문에는 10개의 새로운 단백질 접힘 퍼즐이 사용되었는데, 게임 유저들은 컴퓨터보다 더 뛰어난 해결 능력과 더욱 참신한 계산 알고리듬을 제안하기도 했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현재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국(DARPA)로부터 1400만달러의 지원금을 받은 상태이며, 올 가을에는 게임과학 연구센터(Center for Game Science)를 세울 계획이다. 폴드잇처럼 다양한 수준의 게이머들을 모집해서 과학 관련 문제들을 연구하는 곳이다. 그 동안 학문적 성과와는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게임이, 다수의 일반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과학 난제를 푸는 이른바 `시민 과학`의 통로가 될 예정이다.

· 자료협조=한국과학창의재단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