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비밀유지 서약 체결` 확산 나선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의 협력사 기술보호에 앞장 설 수 있도록 비밀유지서약 체결 문화 확산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전경련 회장단회의` 모습으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의 협력사 기술보호에 앞장 설 수 있도록 비밀유지서약 체결 문화 확산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전경련 회장단회의` 모습으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KT가 지난 7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3불(不) 정책 일환으로 협력사 아이디어와 기술 도용 방지를 위한 `비밀유지 서약`을 체결키로 한 가운데 이런 문화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비밀유지 서약은 이미 해외에서는 보편화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관련 문화가 조성돼 있지 않아 기술 유출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 협력사가 대기업에 끌려 다니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7일 관련 단체 및 업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청와대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에 맞춰 국내 주요 그룹 및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몇몇 대기업들이 협력사 기술유출을 사전에 막기 위한 `비밀유지 서약 체결`에 의지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홍성일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기업별로 차이는 있지만 `비밀유지 서약 체결`을 하겠다는 의사를 몇 곳이 보였다”며 “공정한 거래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보고 전경련이 붐업(활성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확정 · 발표된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에는 기술자료는 사전에 서면으로 요청하고 기술자료 탈취 · 유용에 따른 대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는 수준으로만 들어가 있다. 비밀유지 서약 체결은 이 보다 한단계 진화한 것으로 사실상 대기업들이 협력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의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은 비밀유지 서약 체결 문화 확산을 위해 현재 세부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기업윤리헌장에 비밀유지 서약 체결을 넣는 것을 포함해, 교육 그리고 우수 사례를 홍보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번 재계의 움직임에는 KT가 지난 7월 결정한 3불 정책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3불 정책 핵심 중 하나로 협력사 제안 아이디어나 기술이 도용되거나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밀유지서약을 체결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비밀유지 서약 체결 문화 확산 움직임에 중소기업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 · 중소기업 공정거래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민화 기업호민관실 호민관은 “그동안 중소 협력사가 그들의 기술을 공개하면서도 비밀유지 약정 체결을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분위기였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중소기업 연구계 한 관계자도 “선언적인 수준에 그칠 수도 있지만 분명 커다란 변화”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술탈취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빠르게 문화로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르면 이달 확정 예정인 대 · 중소기업 거래관행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기업호민관실의 평가지침인 호민인덱스에도 중소협력사 비밀보호 내용이 포함된다. 기업호민관실에 따르면 전체 30여개 평가항목 가운데 비밀보호는 △비밀유지 약정 체결 여부 △지적재산관 · 특허 관리 수준 △불합리한 현장실사 여부 등 3개에 달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