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SW 라이선스 갈등을 해결하려면

[취재수첩]SW 라이선스 갈등을 해결하려면

“한국은 호주나 싱가포르보다 IT 수준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데도 지식재산권 인식 수준은 중국과 비교될 만큼 낮습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대부분 돈을 주고 정품 소프트웨어(SW)를 구매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입니다.”

한 SW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그는 “침소봉대 격일지 모르지만 SW에 대한 이런 인식이 결국 미래 우리나라 IT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지난해 발표 자료에서는 한국의 IT산업 경쟁력이 2007년 3위에서 지난해 16위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만연한 SW 불법복제 탓에 IT산업의 핵심인 SW산업 경쟁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이런 결과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여러 자료를 종합해보면 일반 소비자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지식재산권과 정품 SW 사용에 대한 국내 사용자의 인식이 선진국 수준에 한참 뒤처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들어 8월까지 SW 불법복제 피해액은 조사된 것만 250억원을 넘어선다.

상황이 이러하니 SW업체들이 고객사를 대상으로 강력한 감사 정책을 실시하다가 기업 IT 담당자와 마찰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감사를 받는 고객사조차도 SW업체의 강압적인 태도는 불만스럽지만 실제로 국내에서 불법 SW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SW업체가 원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SW 라이선스를 감사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필요한 SW 라이선스를 적당한 수량만큼 구매해 사용하면 상호 간에 논쟁은 생기지 않을 텐데 이런 기업이 드물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SW 관리를 위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당장 SW 라이선스를 관리하지 않아도 기업의 성장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면 근본적인 개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다른 IT 투자보다 SW 라이선스 관련 투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SW업체도 실적을 높이기 위해 라이선스를 불분명하게 공급했다가 추후 본사의 감사 정책에 못 이겨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