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크리에이티브가 국가 경쟁력] (8 · 끝)에필로그- 기자 방담

전자신문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창의적 과학인재 육성 현장을 직접 관찰하고 우리나라 교육에 화두를 던지기 위한 `호모 크리에이티브가 국가 경쟁력` 기획기사를 7회에 걸쳐 보도했다. 마지막 회에선 각 국의 창의 인재 육성 현장을 다녀온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자유롭게 나눈 이야기를 담는다.



◇사회(권상희 경제과학팀장)=각자 자신이 취재했던 곳을 소개하고 그 곳을 창의 교육의 모범 사례로 꼽게 된 배경을 설명해달라.

◇김준배기자=미국 샌프란시스코 창의교육을 취재하던 중 현지 과학체험관인 엑스플로러토리움이 체험 중심의 창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명성이 높아 찾게 됐다. 엑스플로러토리움은 최근 초 · 중 · 고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창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개했다. 프로그램의 특징으로 두가지다. 하나는 창의력 함양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십 번 반복 테스트를 한다는 점이다. 내부 전문 연구인력들이 학생 등을 대상으로 사전에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험자가 프로그램에 어떻게 반응을 보이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두 확인한다. 두번째는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현지 전문가는 모든 창의력 발현은 호기심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서 테스트도 학습자가 얼마나 프로그램과 현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유경기자=프랑스의 과학박물관인 `발견의 전당`과 영국의 요크대학 내에 있는 `국립과학교수센터(NSLC)`를 취재했다. 처음에는 학교 방문을 고려했지만 현지 담당자들이 `유럽의 학교들은 이미 많이 상향 평준화 돼 있고 따라서 학교 외에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사이트를 찾아보는 것이 더 참신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요크대학의 국립과학교수센터의 경우 영국 전역의 9개 지역센터를 커버하는 국립과학교수센터로, 영국 전체 과학 교사들의 연수를 책임지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영국 정부의 과학 창의 교육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긴 사례라는 점에서 적절한 취재 사이트로 꼽았다.

◇황태호기자=일본 이치카와 현에 있는 이치카와 고등학교, 도쿄공업대학 부속 과학기술고등학교, 요코하마 사이언스프런티어 고등학교를 취재했다. 이치카와 고등학교와 도쿄공업대학 부속 과학기술고등학교는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시행하고 있는 `SSH(Super Science Highschool)` 프로그램이 가장 활성화 된 고등학교들이다. SSH 프로그램은 학생의 창의적인 연구, 자발적인 과학 탐구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그 동안의 주입식 교육 행태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이공계 인재를 양성코자 하는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요코하마사이언스프런티어 고등학교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우수한 기자재를 보유한 과학 고등학교다. 네이처지에서도 취재할 만큼 국제적인 주목도도 높다. 일본의 생물학계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원로 과학자인 아키요시 와다 교수가 일본 과학 교육의 운을 걸고 건립을 추진했다. 우수한 인프라과 교수진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창의적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고 있다.

◇사회=이번 현장 취재를 통해 본 우리나라와 해외 과학 교육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김유경=학생들에 대한 자율성 부여와 참여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부여한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창의적체험활동을 학교 재량활동 대신 도입하는 방안이 확정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교실에 적용될 계획이지만 여전히 창의적 체험활동을 경험할 곳이 많지 않고 학부모나 교사, 학생들이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생의 다양한 사고를 막지 않기 위해 그동안 치러왔던 일제고사도 폐지한다고 들었다. 영국 풀포드공립학교에서 한국에서 유학온 박신형 학생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학생들이 무조건 대학으로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우리나라 교육체계의 기본이 일본의 것을 바탕으로 한 만큼, 기본적인 커리큘럼에서 부터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까지 상당히 비슷하다. 또 고3이 되면 대학 입시에 모든 학생이 매달려야 한다는 점. 또 그간의 주입식 교육에서 비로소 벗어나고자 하는, 또 창의적인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최근에 시작된 것도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기술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마이스터 고등학교도 일본의 SSH와 비슷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준배=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사교육 한계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가장 큰 난관으로는 예산 문제를 꼽는다. 제대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실습 위주의 환경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예산 측면에서 한계를 느낀다. 그 해결책을 해외에서는 과학관 그리고 기업의 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해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인재가 없다면 그 회사의 미래도 없다. 당장 회사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우리 기업들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사회=색다르거나 인상깊었던 현지의 교육 문화가 있었는지.

◇황태호=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대학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학이 중등교육기관에 여러 가지로 지원한다. 실험 장비 사용에서부터 교수, 실험 전문 조교 파견 등 대학과 고등학교의 관계가 이공계 분야에 있어 상당히 밀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아직 고등학교가 열심히 학생을 기르면 인기가 높은 대학이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학생을 뽑아가는 형국이다.

◇김준배=엑스플로러토리움의 기하학 놀이터가 인상에 남는다. 처음 봤을 때는 오랜 기획기간과 적지 않은 예산에 비교해 너무나 평범했다. 기하학 놀이터의 대표 작품인 `공간을 채운 블록들(Space-Filling Blocks)`의 경우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블록들이 있었고 그 앞에 블록과 동일한 모양과 색깔의 미니어처(극소형) 블록들이 전시돼 있었다. 창의력 향상과 크게 연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엑스플로러토리움측은 이후 기하학 이론을 익히는 과정에서 이곳에서 놀며 느꼈던 것을 응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유경=영국의 풀포드공립학교 학생들도 대학에 가고 싶어 어렸을 때부터 타이트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방과후에 학원으로 직행하는 우리 학생들과 달리 자유시간을 갖는다. 오후 3시 쯤 학교가 끝나면 학교에 다양하게 운영 중인 스포츠 동아리에서 마음껏 뛰어놀거나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 자유시간을 갖고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부러운 대목이었다.

영국은 전세계 1%의 인구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학 연구 성과물은 10%나 창출하고 있다. 이런 수치가 가능한 것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 아닐까?

◇사회=선진국들도 창의적인 과학교육에 있어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었을 법 하다.

◇김유경=프랑스 발견의 전당을 취재할 때 담당자로부터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는 유럽 정부가 긴축 재정을 단행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라고 한다. 대신 유럽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민간 과학 재단들의 기부가 참 활발했다. 프랑스의 경우 메세나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영국의 경우 대규모 민간 바이오 재단인 `웰컴트러스트`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고 있었다.

◇황태호=사실 일본은 교육 선진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교육 문제가 우리처럼 심각하진 않지만, 그들도 대입 위주의 중등 교육에 심각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인지 몇몇 취재원들은 “한국이 과학 교육은 훨씬 우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일본의 사례를 취재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또 일본사회는 우리나라보다도 관료 조직식의 문화가 견고하기 때문에 수동적인 학생들을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바꾸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일본 교사들은 `시키지 않은 것을 하게끔 시켜야 한다`고 농담조로 말을 한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전 사회적으로 의욕이 감퇴되면서, 학생들도 마찬가지라는 인상도 받았다.

◇김준배=미국도 예산부족이 문제다. 실습 위주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결국 기존 예산의 범위내에서 또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요구된다. 정부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하고 민간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의 인재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세계 각국이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획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정부 정책 입안자부터 학계, 기업, 일선 교사들 모두에게 공통된 고민인 듯 하다. 우리 교육계도 지금보다 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정리=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