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보다 환율전쟁이 위험"

"불확실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 전에는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을 더하는 일이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가 14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환율전쟁을 비롯한 대외 경제여건 불확실성이 개선되기 전에는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상이 물 건너갔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날 시장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향후 2%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강한 원화로 물가상승 우려 상쇄= 하반기 이후 물가불안을 강조해왔던 김 총재는 이날 물가보다 환율의 불확실성에 방점을 찍었다.

김 총재는 "물가를 최우선으로 보고, 환율이 금리결정의 절대적 변수는 아니다"면서도 "환율 전쟁의 상황은 우리 경제에 상방보다 하방리스크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고, 대외여건이 큰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에서 대외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하반기 물가불안이 예상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환율 리스크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쪽으로 해석이 된다.

사실 원화 강세는 일반적으로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달 들어 갑작스럽게 커진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은 금리인상을 부담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선진국들은 추가적인 양적완화책으로 자국 통화의 절하를 이끌고 있고, 브라질ㆍ태국 등 이머징국가들은 세율인상ㆍ시장개입 등 불태화정책을 써서 외자 유입 방어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과세안을 부활하자고 하는 마당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오히려 외자 유입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날 금통위 안에서도 금리결정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총재는 "오늘 금리 동결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며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들의 표결 내용을 매월 금통위 직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물가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 시장은 `금리인상 당분간 없다` = 김 총재는 이날도 "금리인상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며 긴장감을 유지하길 원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한국은행의 금리동결 결정에 채권시장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는 등 크게 요동쳤다.

이번에는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겠느냐던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가 빗나가면서 금리상승에 선물매도 포지션을 잡아놨던 기관들이 숏커버에 나섰기 때문이다.

손경수 동양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현재 장단기 국채 금리가 모두 2000년대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당분간 이런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며 "부동산 회복이나 콜금리 인상 기대, 선진국 경기지표의 개선 등 모멘텀이 나오기 전까지 금리가 오를 유인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국채 3년물 금리가 2%대로 진입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매일경제 한예경 기자/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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