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투자자들이 모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최근 증시가 지표나 펀더멘털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그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선진국의 넘치는 유동성이 집중되고 있는 이머징마켓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18일 코스피가 다시 한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양적완화에 대한 버냉키 의장의 `미지근한` 발언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냉각됐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이머징국가의 증시가 모두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 양적완화 신중론, 증시에 찬물=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1.41%(26.87포인트) 내린 1875.42로 거래를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주 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양적 완화`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방법 면에서 새로운 내용이 없었던 점이 그동안 상승세를 탔던 대형주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움직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미국의 2차 양적완화에 대해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냉키 의장이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선회해 주식시장에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주 FRB의 베이직북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버냉키 효과`가 더욱 커졌다.
이러한 우려로 외국인들의 매수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4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코스피200지수 선물 시장에서 지난 1월 22일 이후 가장 많은 1만471계약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600억원의 프로그램 순매도를 유발했다.
◆코스닥ㆍ중소형주 강세는 지속=코스피 하락과 대조적으로 코스닥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74%(3.76포인트) 오른 513.35로 개장한 뒤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순매수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1.30%(6.60포인트) 오른 516.19로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코스닥지수는 5월 19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또 코스피가 조정되는 과정에서도 중형주의 낙폭은 대형주보다 0.26%포인트 낮았고 소형주는 오히려 1.09% 오르는 등 시장 전반적으로 중소형주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에 대해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진행된 유동성 랠리는 주로 대형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였지만 조정 과정에서 유동성이 중소형주와 코스닥으로 흘러 내려가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순환매를 하면서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에서 개인은 856억원을 차익실현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7억원, 775억원을 순매수했다.
유동성이 풍부해져 증시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면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매매 비중이 51.8%였지만 18일은 59.2%까지 상승했다. 이렇게 개인매매 비중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개인이 선호하는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이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김기철 기자/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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