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융합시대의 문화지체와 관료주의

[월요논단]융합시대의 문화지체와 관료주의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하는 융합이 세상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처음에는 특정 기술이나 제품 기능에서 융합이 시작됐다. 지금은 산업 분야별로 융합이 진행되는 단계를 넘어 일과 생활, 그리고 정부의 모습까지 바꾸고 있다.

융합은 세 가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기술 간 융합이다. 다양한 플랫폼이 통합되고 관련 기술 또한 통합되면서 새로운 가치사슬(value chain)이 형성되고 있다. 또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 수요가 형성되고 이러한 수요의 진작은 또 다시 새로운 융합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둘째는 산업 간 융합이다. 여러 산업과 서비스가 융합하면서 이러한 산업에 소속된 기업 간의 인수 · 합병이 일어나고 있다. 융합과 인수 · 합병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관련 기업과 산업의 경쟁을 촉진시킨다. 전반적으로 융합은 전체산업의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셋째는 기술과 인간생활의 융합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하는 `스마트워크`가 그 대표적인 결과다. 에너지와 IT가 결합해 만드는 `그린 IT는` 우리의 생활을 다이어트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IT 기반 융합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우리사회에서 소프트웨어 산업과 콘텐츠 산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려면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리의 문화 · 의식과 정부가 융합의 필연성을 수용하고 융합을 촉진시키는 든든한 인프라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문화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창의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기존의 제조업과 전혀 다른 산업적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산업사회에서 산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진흥할 수 없다. 콘텐츠 산업은 어느 산업보다도 창의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콘텐츠 선진국에서는 콘텐츠 산업의 독자성을 향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교육과정에서 창의성이 기계적 사고에 압도당하고 인터넷에서는 떼거리 문화인 집단성에 압도당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 성장의 기본은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전략의 영역을 확보하는 데 있다.

산업사회에서 기업조직과 정부조직의 기본은 관료제(bureaucracy)다. 관료제는 합리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명확하게 업무를 분장하고 수직통로에서 일이 진행되도록 조직한 것이다. 이러한 조직형태는 관련 업무가 수평적으로 통합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융합의 진척을 막는 거추장스러운 장벽이 됐다.

융합시대를 맞아 정부는 IT와 관련한 정부조직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관련 업무를 융합 상대에 따라 산업 융합을 도모하는 지식경제부, 방송통신 융합을 촉진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전자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행정안전부, 콘텐츠와 IT의 융합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이전했다.

이러한 정부의 시도는 원래 의도에 부합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산업사회에서 생성된 관료주의가 수평적 교류와 융합적 협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할거주의를 넘어서서 부서할거주의 조짐까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융합시대에 걸맞은 문화의식 수준의 달성과 정부의 일대혁신으로 문화지체현상과 정부지체의 벽을 넘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마트 정부, 스마트 기업 그리고 스마트 국민시대를 열 수 있다.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 klee2020@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