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에너지절약 기술의 새로운 이해

[전문가칼럼]에너지절약 기술의 새로운 이해

 2011년 3월 11일 오후,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규모 9.0 수준의 대지진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명 피해와 인프라 파괴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원전의 방사능 누출로 인해 범지구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향후 일본 원전사태에 대한 진행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알겠지만 전 세계 에너지 산업에 어떠한 형태든 영향을 미칠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의 97% 이상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기 때문에 이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선진국에 비해 2차산업의 의존도와 집적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철강 및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일본 원전사태가 직·간접적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일본 원전 사태의 악영향으로 세계의 신규 원전 건설이 일정 수준 감소할 경우, 대체재인 석유·천연가스·석탄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에너지 믹스 정립 및 에너지 안보 확보, 지속적인 국가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에너지 수급 비전과 로드맵의 구축이 시급하다. 언제부터 가시화되고 그 확률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현재로서 추측하기 매우 힘들지만 전통적인 화석에너지(석유·천연가스·석탄)의 가격 상승과 물량 확보라는 제3의 에너지 쓰나미가 우리 경제에 닥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이는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전력 저장장치 등에도 유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신재생 소재의 사전 확보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떠한 상황으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전개되든지 간에 분명한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내부의 원전의 확대 혹은 축소와 같은 논쟁보다 우선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공급을 기본적인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더불어 산업체와 일반 소비자는 에너지, 특히 전력을 공공서비스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성향이 높다. 이러한 에너지 정책 기조와 소비문화는 산업체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통한 수출 경쟁력 확보라는 혜택을 주었고 소비자들은 제반 보조를 통해 풍부한 소비를 향유했다. 하지만 이는 에너지 절약에 필요성 저하, 시장과 가격을 통한 합리적 소비에 대한 학습 구조 차단, 절약 기술의 시장 진입 억제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또한, 경제성에 기반을 둔 대규모 생산·수송·소비의 구조는 자연 재해, 테러 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대지진이 발생하기 직전인 올해 3월 미국전기전자공학회의 전력과 에너지 매거진이 ‘대재앙과 전력시스템’이란 특집을 통해 현 전력시스템의 한계성과 발전 방향에 대해 화두를 던진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표명하는 전력 및 에너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잠깐 살펴보면, 에너지 효율과 부하관리라는 수요 측 옵션이 최우선에 있으며 그 다음 신재생과 원자력, 천연가스 및 기타 화석연료의 순으로 돼 있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바와 같이 모든 공급 측 자원은 나름대로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효율 향상을 포함한 모든 수요 측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의 정립과 기술개발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력 및 에너지소비 합리화에 대한 두 개의 큰 축인 스마트그리드 기술 조기 확보와 시장 창출, 전력가격 정책의 활성화는 에너지 문제 해결에 대한 시발점인 동시에 종착점으로 다시금 인식될 필요가 있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 jbae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