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거리에서 펼쳐지는 불법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나름의 히트를 기록한 ‘분노의 질주’가 10년 만에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로 돌아왔다. 4편에 해당하는 2009년의 ‘분노의 질주:더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1편의 원년 멤버들을 불러 모은 것은 물론, 외전격인 2편과 3편, 그리고 4편의 등장인물들까지 고루 등장시킴으로써 시리즈의 팬이라면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할 것 같은 캐스팅을 마쳤다.
게다가 3편부터 시리즈의 연출을 맡으면서 심폐소생술에 가까운 실력을 입증한 저스틴 린 감독이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음으로써 탄탄한 세팅을 마쳤다. 총격전과 육박전, 한층 강화된 자동차 파괴 장면 등 볼거리도 진화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 뒤에 숨겨진 깜짝 반전을 보면 이 시리즈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모양이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4편의 끝부분에서부터 이어진다. 감옥으로 이송되던 도미닉(빈 디젤 분)을 브라이언(폴 워커 분)과 미아(조나다 브류스터 분)가 차치기로 구해내고, 무대는 금새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로 옮겨진다. 도피자금 마련을 위해 ‘마지막으로 크게 한 건’을 하기로 뜻을 모은 세 사람은 도시를 통째로 장악하고 있는 거물의 돈을 노리게 되고, 작전을 위해 과거의 낯익은 얼굴들을 리오로 소집한다. 하지만 도미닉을 잡기 위해 급파된 FBI의 홉스(드웨인 존슨 분) 요원이 이들을 바싹 뒤쫓는 데다, 철통보안을 뚫어야 하는 것도 문제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단순히 속도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미국 머슬카와 일본 또는 유럽산 수입차들을 골고루 등장시켜 각자의 매력을 보여줌으로써 주목받았다. 1편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던 닷지 차저와 도요타 수프라의 1대1 대결이 이를 잘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도미닉의 애마로 등장하는 1970년식 닷지 차저는 이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다. 설사 부서지는 장면이 나왔다 하더라도 다음 편에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도 제작진은 다섯 가지 버전의 차저를 준비해 촬영에 임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이들은 클래식한 닷지 차저 대신 최신형 모델을 뇌리에 남기게 될 것 같다. 주인공들이 타고 나오는 넉 대의 경찰차,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금고 끌이 차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신형 닷지 차저다. 미국 크라이슬러의 닷지 브랜드는 이 영화에 20대 이상의 차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TV광고와 모터스포츠 홍보 등을 통해 공동 마케팅에도 나섰다. 오래 전에 단종됐던 닷지 차저는 2005년에 스포츠 세단으로 부활했고 2011년형으로 2세대 모델이 나온 상태다. 특히 금고 끌이 차로 등장하는 것은 고성능 버전인 SRT8 모델로, 425마력을 내는 V8 6.1ℓ ‘헤미’ 엔진을 탑재했다. 이 영화에서 닛산의 GT-R과 묘한 경쟁 분위기를 자아내는 닷지 챌린저의 형제차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300대 이상의 차를 구입했고, 그 중 200대에 가까운 차들을 부숴먹었다. 초반부의 열차강도 장면에는 1972 드토마소 판테라, 1966 포드 GT40, 1963 쉐보레 콜벳 그랜드 스포츠 로드스터 같은 명차들을 배치했는데, 대당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설 정도라 액션 장면 촬영에는 복제차를 이용했다고 한다. 열차강도용으로 특수 제작된 오프로드 트럭, 9.5톤짜리 장갑차, 두카티 모터사이클 등 승용차 외의 탈 것들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가장 이색적인 것은 높이 2.4m, 무게 3.6톤짜리 금고라고 할 수 있다. 닷지 차저에 열심히 끌려 다니는 금고를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스턴트맨이 안에 들어가 운전할 수 있는 바퀴 네 개짜리 자력 주행 금고를 만들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