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침팬지의 서로 다른 성문화(性文化)가 진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분자생물학적 근거를 국내 연구진이 밝혔다.
이 연구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직무대행 최용경, 이하 생명연) 박홍석 박사 연구팀이 주도하고 일본 국립바이오의학연구소 하시모토 박사와 동경대학교 스가노 박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원천기술개발사업 및 생명연 창의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논문(제목:Major chimpanzee-specific structural changes in sperm development-associated genes)은 유전체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 학술지 ‘기능 및 통합 유전체(Functional & Integrative Genomics)’ 4월호 온라인 판(4월 18일)에 게재됐다.
박홍석 박사팀은 인간과 침팬지를 확연하게 구별 짓는 중요한 특징이 생리적 활동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침팬지 수컷의 정소에서 1933종류의 유전자 정보를 발굴해, 인간과 침팬지의 정소기능(정자생성력, 운동력, 지구력, 수정력 등)과 관련된 유전자를 포괄적으로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인간과 침팬지의 정자 생성 및 정자 기능에 관련된 50%(39/78개) 유전자에서 유전자 구조 및 유전자 정보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최초로 밝혀냈다. 특히, 정자의 숫자, 정자의 운동속도 및 지구력과 관련성이 깊은 3개 유전자(CD59, ODF2, UBC)에서 침팬지만의 특이한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팀은 인간과 침팬지의 정소에서 유전자 변이가 크게 일어나는 원인은 인간과 침팬지의 전혀 다른 성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했다.
인간은 대부분 일부일처 사회구조며, 침팬지는 다부일처의 성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후손을 만드는 난자의 소유 경쟁이 불필요한 반면, 침팬지 사회는 한 마리의 암컷에 여러 수컷이 다발적으로 교미하는 성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난자의 소유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차이로 침팬지가 인간보다 암컷의 난자 소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우수한 정자를 만들기 위한 생리적 욕구가 훨씬 강하게 작용해 왔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과 침팬지의 성문화의 차이는 유전자 변화에 영향을 줬으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침팬지의 생태적, 기능적 차이를 만드는 데 공헌했을 것으로 연구 결과를 해석했다.
박홍석 박사는 “이 연구에서 최초로 규명한 정소 관련 유전자 정보는 향후 선천성 남성불임의 원인규명 등 정자의 기능과 관련된 남성의 비뇨기 질환 진단과 치료 연구에 원천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