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정의 그린로드] 녹색생활의 시작은 `그린카드`로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올해 중요한 전환점을 찍었다. 정부는 지난 8월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 3년을 맞아 ‘저탄소 녹색성장 시즌2(Phase 2)’에 접어들었음을 발표했다. 지난 3년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현하기 위해 법과 제도·기구·중장기 추진전략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확산 전략을 펴기로 했다.

 녹색성장 정책 이행 실적을 점검하기 위해 매달 총리가 주재하는 관계 장관회의도 열린다. 주요 녹색성장정책이 산업이나 국민 생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문제점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현실성 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9월과 10월 공공건축 에너지 효율과 그린카·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점검했고 분야도 점차 확대해 나간다고 한다.

 최근 정부가 녹색성장 생활화를 위해 선보인 그린카드가 히트상품이 됐다. 지난 7월에 출시한 그린카드는 11월 들어 발급매수가 30만장을 넘어섰다. 정책을 주도한 환경부 내부에서도 ‘보기 드문 성과를 냈다’고 자평할 정도다.

 그린카드로 일상생활에서 녹색소비를 실천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정에서 전기나 수도·가스 사용량을 줄이면 연간 최대 7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사용금액에 따라 매달 5000원에서 1만원을 적립할 수 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롯데마트 같은 대형 유통점에서 환경마크나 탄소라벨 부착 상품을 구매해도 포인트가 쌓인다. 연회비 평생 면제 혜택도 매력적인 요소다.

 통상 지갑에 서너 장 정도 있는 일반 신용카드에 비해 혜택이 많아 카드사나 참여 기업들이 그린카드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말도 들린다.

 혜택이 많은 그린카드지만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불만도 나온다. 아무데서나 어떤 상품을 구입해도 포인트가 쌓일 것 같지만 실제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한 사용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린카드 제도 참여사와 제품이 종전 27개사 318개 제품에서, 42개사 454개 제품으로 확대된다고 하지만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탄소성적표지 상품이나 환경마크를 부착한 제품도 생각만큼 많지 않다. 그린카드 혜택을 적립하는 포스시스템이 부족해 그린포인트를 쌓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그린카드의 혜택이 좋아 보이기 때문에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그린포인트를 쌓을 제품이나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면 그동안의 인기는 물거품처럼 꺼진다.

 정부는 그린카드 보급 목표를 2012년 100만장, 2013년 200만장, 2015년 500만장으로 잡아 놨다. 매년 백만장씩 늘린다는 야심찬 목표를 잡았지만 당장 내년 그린카드 보급 확산을 위해 잡아 놓은 홍보예산 4억원은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사전에 정리됐다. 4대강 사업 같은 데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녹색생활의 뿌리가 될 소박한 예산은 단칼에 잘려 나갔다.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해 그린카드 보급을 촉진할 녹색 상품 확대 전략을 세워도 부족할 마당인데 아쉬울 따름이다.

 지금은 국민이 자연스럽게 녹색상품을 찾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는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카드가 인기를 끈다는 것은 녹색 상품 보급이 확산한다는 이야기다. 그린카드를 잘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그만큼 국민 생활이 녹색에 가까워진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5~10년으로 끝낼 정책이 아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과거에 펼쳐 온 정책에도 포함돼 있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이슈다. 녹색생활이 국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 저탄소 녹색성장이 완성된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