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현재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바탕에는 대기업의 노력과 땀이 스며들어있다. 이들 대기업은 국내 장비업체에게 최고의 테스트베드이자 시장이다. 장비산업 발전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내는 대기업 성장과 발걸음을 같이 하게 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같이 성장한다는 의미의 상생이 가장 적합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유다.
◇반도체 대기업, 중소 장비업체와 발맞춰 나간다=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중소 장비업체들과의 동반성장을 핵심 경영방침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우수한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거래가 없던 중소기업과도 공동 개발을 추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는 취지다. 혁신기술기업협의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아토와 실리콘마이터스와 협력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대중소기업협력 재단에 100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이 역시 삼성전자와의 거래 여부와는 상관없이 특화된 기술을 갖고 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활동에 더해 앞으로 협력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대·중소 협력을 통한 반도체 장비·재료 국산화 및 매출 증대를 통한 협력사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6개 반도체 장비 재료 회사가 대상이다. 장비·재료 업체 상용제품을 소자 업체에서 성능 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원천기술 상용화 사업을 비롯해 기술협력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한 국내업체 반도체장비의 기술지원(A/S) 능력 향상을 위한 공동 개선활동이나 특허분쟁 예방을 위한 특허 교육 등도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협력회사 자금지원을 통한 R&D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상생’을 이어간다=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 평판디스플레이(FPD) 업계는 패널 및 장비, 부품소재 업체 간 상생을 통해 발전했다.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패널로 자리를 굳힌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상생’을 빼고 논하기 힘들다.
AM OLED 시장을 석권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협력사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긴밀하게 협력했다. SMD는 자체 상생협력 프로그램인 ‘크레파스(CrePas)’를 통해 핵심장비 ‘레이저 결정화 장비’를 국산화했다. 이 장비는 그동안 일본·독일 등 광학 선진업체가 시장을 선점한 제품이다. SMD는 장비 국산화를 추진키로 하고, 10여년간 레이저 광학장비를 개발해 온 AP시스템과 협력에 나섰다.
양 사는 핵심 엔지니어 20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1년여만에 레이저 결정화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SMD는 연간 500억원이 넘는 수입 대체 효과를 거뒀다. 패널-장비 업체 간 긴밀한 네트워킹과 상생협력으로 기술 유출 우려를 차단하고, 독보적인 양산 경쟁력을 확보하는 토대가 됐다.
대형 LCD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디스플레이도 상생협력을 주요 경영 방침으로 실천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업계 최초로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갖추고, 패널-부품소재-장비로 이어지는 ‘글로벌 넘버 1’ 생태계를 구축했다.
LG디스플레이 상생 활동은 △기술 노하우 전수 △공동개발 및 우선구매 △기술인력 파견 및 교육 △지분투자 및 컨설팅 등을 망라한다. 이를 통해 장비 협력사들은 플라즈마화학증착기(PECVD), 스퍼터 등 핵심 전공정 장비를 대부분 국산화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15% 수준이던 LCD 장비 국산화율을 8세대 생산라인에서 60%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이 같은 상생 활동은 장비 국산화와 협력사 수출 증대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양종석 기자 jsyang@etnews.co.kr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