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 부회장 돌연 사직 왜?

채권단 재투자 위한 창업자 결단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6일 서울 상암동 팬택 R&D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 부회장은 올해 말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6일 서울 상암동 팬택 R&D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 부회장은 올해 말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박병엽 부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팬택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팬택은 박 부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으로 워크아웃이라는 최대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왔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1991년 창업부터 직원들과 현장에서 함께 뛰며 맏형 같은 리더십을 발휘해온 주인공이다. ‘팬택=박병엽’이라는 등식은 해외에서도 통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박 부회장이 팬택을 그만두는 배경은 무엇일까.

 ◇건강 악화에 따른 휴식?=박 부회장은 “체력적으로 업무가 감당 불가능한 상태여서 회사를 떠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자 이에 적응하기 위해 매주 새벽 임원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강행군에 나섰다. 올해 초에는 박 부회장의 건강이 크게 악화돼 병가를 내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전자신문 인터뷰에서도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채권단 압박 카드?=팬택 채권단은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새 주인 찾기에 공개적으로 나섰다. 워크아웃 졸업을 위한 비협약채권 2300억원에 투자하면 채권단 구주(채권+경영권)까지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이 비협약채권 2300억원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혀 투자자를 찾는 데 실패했음을 시사했다. 새 투자자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채권단이 재투자를 하지 않으면 워크아웃 졸업이 어려워진 셈이다.

 하지만 채권단 사이에는 재투자에 부정적인 주주도 있어 논의가 겉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팬택이 워크아웃을 졸업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불안한 상태가 지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의 사직은 채권단 결단을 촉구하고 팬택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팬택이 워크아웃에서 졸업하면 인수합병 등 새 주인 찾기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이미 지난 2009년 채권단으로부터 우선 매수청구권을 부여받은 상태다. 새로운 투자자가 팬택을 인수하려면 박 부회장과 손을 잡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 판 짜기 나서나?=박 부회장이 내년 3월로 예정된 스톡옵션까지 포기하며 전격 회사를 떠나기로 하자 일각에서는 완전히 새 판을 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팬택의 오너십 재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아예 ‘제2의 팬택’ 창업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박 부회장이 다시 투자자를 물색해야 하고 핵심 인력을 유치해야 하는 등 현실적 장벽이 많다.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수천명의 개발자를 거느린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점도 쉽게 재창업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팬택 직원들도 박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직 발표에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팬택은 올해 스마트폰 업계 신흥강자로 떠오른데 이어 내년에는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 세계 빅5를 목표로 공격적인 사업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팬택 한 임원은 “박 부회장의 발표에 우리도 놀랐다”며 “지금으로선 체력적으로 힘들어 쉰다는 이야기가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15일 마포구 상암동 팬택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합병을 발표하고 있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15일 마포구 상암동 팬택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합병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