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그래핀 진화는 어디까지

신소재로 주목받는 그래핀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핀 응용기술이 속속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그래핀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래핀의 출생지는 흑연이다. 흑연은 탄소를 6각형 벌집모양으로 층층이 쌓아올린 구조로 이뤄졌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가장 얇게 한 겹을 떼어낸 것이라 보면 된다.

[사이언스 포커스]그래핀 진화는 어디까지

두께는 0.2나노미터, 즉 100억분의 2m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도는 강철의 100배가 넘는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한다. 탄성이 뛰어나 늘이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을 잃지 않는다. 빛을 2.3%밖에 흡수하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다는 점도 유용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특성들도 발견되고 있다. 그래핀에 산소 원자를 덧붙인 산화그래핀 막은 공기나 가스 등은 차단하면서 물 분자는 통과시킨다. 또 그래핀 두 장을 특수하게 조정해 겹쳐 놓으면 전기를 차단하는 속성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국내에서도 그래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관련 성과물이 도출되고 있다.

◇그래핀 이용한 인공근육섬유 개발=거미줄보다 6배, 케블라보다 12배 이상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갖는 인공근육 섬유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김선정 한양대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가 결합된 나노구조를 이용해 기계적 특성이 우수한 인공근육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그래핀은 기계·전기적 특성이 우수해 고강도 나노복합소재 개발에 사용된다. 하지만 2차원 면구조로 된 그래핀을 결합해 섬유 형태로 제조하는 것은 어려운 분야다. 인력에 의해 그래핀이 엉켜 섬유의 기계적 특성을 향상시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팀은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를 물리적으로 결합, 그 나노구조가 스스로 배열하는 특성을 이용했다. 섬유제조 공정에서 추가적 열처리 없이 간단한 공정으로 섬유의 기계적 특성을 향상시켰다.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그래핀·탄소나노튜브 복합체 섬유는 기존 탄소 기반 섬유와 달리 고무밴드에 바느질을 할 수 있는 유연함을 보인다. 또 고강도 스프링 형태로 만들 수 있고 외부 비틀림에도 강한 특성을 지녔다.

◇상온에서 그래핀 합성 가능=상온에 가까운 저온에서 원하는 기판에 그래핀을 직접 합성하는 신기술도 개발됐다. 권순용 울산과학기술대 교수 연구팀은 저온에서 탄소원자가 스스로 금속표면 위에 확산하고 벌집 모양으로 원자가 결합하는 현상을 이용, 그래핀을 대상기판 위에 형성하는 기술 DAS(Diffusion-Assisted Synthesis)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단단한 산화 실리콘, 유리, 플라스틱 등 어떤 기판에도 그래핀을 직접 합성할 수 있다. 또 그래핀 결정립 크기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권순용 교수는 “비교적 간단한 장비와 방법으로 저온에서 그래핀을 원하는 기판에 직접 형성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투명필름 제작도 가능=그래핀을 활용해 스마트폰 터치패널 등에 쓰이는 투명필름을 만드는 새로운 코팅기술도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장석태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적은 양의 그래핀 용액을 이용해 두께 1나노미터(10억분의 1m), 면적 11인치 정도의 얇고 넓은 투명 필름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장 교수팀은 코팅에 사용되는 그래핀 용액 양을 기존 1만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이고 소요시간도 단축했다.

이 기술에는 액체 표면이 유리 관벽에 닿을 때 계면장력에 의해 오목하거나 볼록한 곡면을 형성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바닥에 기판을 깔고 일정한 각도로 유리 증착판을 놓은 후 그 사이에 극소량의 그래핀 용액을 주입했다. 바닥 기판과 유리 증착판 사이에 그래핀 용액의 오목한 메니스커스가 생기면 유리 증착판을 좌우로 왕복시켜 그래핀 용액을 기판에 고르게 펴 코팅하는 것이다.

장 교수는 “유리 증착판의 왕복 횟수, 이동 속도, 그래핀 용액의 농도, 두 기판 사이의 각도에 따라 투명 필름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