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노트 전성시대 '펜이 몰려온다'

PDA의 초기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애플 뉴턴은 펜을 가지고 메모하는 방식을 썼다. 팜 파일럿, 컴팩(現 HP) 아이팩 등 팜OS, 포켓PC조차도 스타일러스 펜을 썼다. 비록 실시간 필기가 아니라 ‘그래피티’라는 특이한 방식을 써서 알파벳과 숫자를 입력하는 방식이었지만 메모를 하고 그림을 그릴 때는 유용했다. 심지어 LCD 화면 보호용 필름도 ‘얼마나 선명한가’가 아닌 ‘얼마나 종이처럼 사각거리는 느낌을 주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 컴팩 아이팩. 감압식 터치를 이용해야 했다.
▲ 컴팩 아이팩. 감압식 터치를 이용해야 했다.

◇ 아이패드도 피해갈 수 없는 ‘펜 바람’ = 하지만 정전식 터치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기기에서 펜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그도 잠시, 갤럭시노트에는 S펜이, 씽크패드 태블릿에는 메모용 펜이 들어가고 HTC 플라이어4G에도 터치펜이 들어간다. 무언가를 손으로 쓰고 기록하는 기능을 갖춘 스마트 기기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 PDF 파일을 보며 메모가 가능한 ‘PDF 노트’ 애플리케이션.
▲ PDF 파일을 보며 메모가 가능한 ‘PDF 노트’ 애플리케이션.

물론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태블릿인 아이패드도 이런 펜 바람을 피해갈 수 없다. 아이패드 화면은 9.7인치로 넓은데다 PDF 뷰어, 어도비 포토샵 터치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강의 노트나 회의록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전식 멀티터치를 이용하는 아이패드에서는 액세서리 없이 손가락만으로 메모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펜이나 나무젓가락 등 뾰족한 물체를 화면에 대도 알아채지 못한다. 이 때문에 펜촉 부분에 전기가 통하는 특수 재질 펜이 필요하다.

◇ 정전식 펜도 ‘각양각색’ = 이런 아이패드용 펜을 맨 처음 내놓은 곳은 태블릿 전문 기업인 와콤(www.wacomkorea.com)이다. 와콤은 지난 2011년에 내놓은 첫 제품 ‘뱀부 스타일러스’에 이어 올해에는 ‘뱀부 스타일러스 듀오’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아이패드·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 쓸 수 있는 터치펜과 잉크 볼펜을 내장해서 아날로그·디지털 양방향으로 메모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 터치펜과 볼펜을 한 몸에 담은 ‘뱀부 스타일러스 듀오’
▲ 터치펜과 볼펜을 한 몸에 담은 ‘뱀부 스타일러스 듀오’

평소에는 0.7mm 일반 볼펜으로 이용하다 아이패드를 쓸 때 뚜껑을 돌려 끼우면 터치펜으로 변신하다. 무게가 24g에 불과해 휴대하기도 편리하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뱀부 페이퍼’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으면 보다 편리하게 제품을 쓸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뱀부 페이퍼’ 애플리케이션이 곧 등록될 예정이고 가격은 미정이다.

전자노트 전성시대 '펜이 몰려온다'

아도니트(www.adonit.co.kr)가 지난 해 내놓은 전자펜인 ‘자트프로’는 4,975명에게 16만 달러를 후원받아 만들어진 터치펜이다. 기존 전자펜보다 30% 이상 가는 몸체에 정밀한 메모가 가능한 펜촉을 달았다. 몸체에 달린 고무 손잡이는 미끄러짐을 막아주고 필기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고무 손잡이에는 자석이 숨겨져 있어 아이패드2와 함께 쓰기 편리하다. 펜을 아이패드2 화면 오른쪽에 붙이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져 스마트커버 역할을 대신한다. 아이패드·아이폰·맥북에어 뿐만 아니라 HTC, 삼성전자, 노키아 등 다양한 회사에서 나온 스마트폰과 호환된다. 4만원 내외에 살 수 있다.

▲ 휴대성 대신 쥐는 손맛을 살린 ‘알루펜’
▲ 휴대성 대신 쥐는 손맛을 살린 ‘알루펜’

볼펜을 닮아 손에 쥐기 편리한 제품도 있다. 저스트모바일(www.xtand.net)이 지난 2010년 출시한 ‘알루펜’은 한 눈에 봐도 다른 터치펜보다 훨씬 굵다. 알루미늄 재질을 써서 무겁다. 하지만 손에 쥐었을 때 그만큼 ‘쥐는 손맛’을 살렸다는 것이 제조사 설명이다. 색상은 블루, 그린, 옐로, 블랙, 레드, 화이트 등 6종이라 원하는 색상을 골라 쓸 수 있다.

펜촉이 크고 부드러운 대신 손상을 입을 우려도 있기 때문에 가죽으로 만들어진 케이스를 함께 준다. 너무 가늘어 오히려 손에 잡고 쓰기 불편했던 터치펜에 부족함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특이한 디자인 덕에 유수 디자인 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오픈마켓에서 2만원대에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