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진화한다` 저자 권율 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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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진화한다` 저자 권율 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부국장

어린 시절 권율, 그는 늘 혼자였다.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한인 2세로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에게 큰 어려움이 됐다. 하루에 스무 번도 넘게 손을 씻고, 모든 행동을 짝수 횟수에 맞춰야하는 강박증, 극단의 불안이 나타나는 대인공포증·공황장애까지 겪었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미국 아이들의 최고 축제 할로윈데이도 다섯 살 그에게는 얼굴 색깔이 다르면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무거운 질서를 각인시킨 아픈 추억으로 남았다.

요즘 미국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권 율(37) 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소비자 부국장 얘기다. 그가 자신의 뼈아픈 성장과정과 성공스토리를 담은 자서전 `나는 매일 진화한다(중앙북스 펴냄)`를 들고 15일 고국을 찾았다.

“책을 쓴 것은 어디선가 제가 겪었던 아픔을 똑같이 겪고 있을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입니다. 온갖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겠지만 그걸 인정하고 하나씩하나씩 이겨내다보면 내성이 생기고 꿈을 향해 진화하게 됩니다.”

그의 개인 이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전무후무할 만큼 화려하다. 스탠퍼드대, 예일대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조셉 리버먼 미 상원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맥킨지, 구글 등 미국 최고의 기업과 로펌에서 일했다. 한마디로 `엄친아`, 미국 시쳇말로 `안경 쓴 동양계 범생이`에 머무를 수 있었던 그가 새로운 인생역전에 나선 것은 바로 2006년 C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서바이버`에 출연하면서부터다.

“한국인들도 미국 사회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허드렛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극한 상황에 처한 두 달여 간의 무인도 생활에서 출연자들을 특유의 화합력과 재치로 설득해내고 `중재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늘 백인이 리더 역할을 맡던 프로그램에서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가 됐던 것이다.

이 후 그의 삶은 미국 주류사회에 편입됐다. 오바마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당선에 큰 역할을 해냈고, 당시 함께했던 율리우스 제나카우스키 FCC 의장과의 인연으로 FCC 소비자부국장을 지냈다. 그는 “FCC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을 맡는다는 의지로 소비자국을 맡았는데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논쟁은 정말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IT업계 간 이해관계 조율은 정말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현재 그는 FCC 고위 관료직을 버리고 PBS TV의 `미국, 모습을 드러내다(America Revealed)` 진행을 맡고 있다. 이 역시 “한국인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란다.

한국계 미국 대통령을 배출해 비서실장을 맡는 게 꿈이라는 그는 성공을 꿈꾸는 한국 청년기업가들에게 “늘 진화하려는 자세로 스펙 보다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리더십을 갖추는데 매진하라”는 조언으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