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PL 기획 3회]SSPL을 통해 꿈과 현실의 벽을 허물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국내 시장에서 유럽과 미국 자동차 시장점유율 변화

유럽에서 시작된 시스템&소프트웨어 프로덕트 라인(SSPL)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수많은 해외 기업에 적용돼 혁신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SSPL과 같은 선진 소프트웨어(SW) 개발방법론도 없을 뿐더러 SW 기반 자체도 열악한 상황이다.

<그림1>국내 시장에서 유럽과 미국 자동차 시장점유율 변화(유럽은 SSPL 적극 적용)
<그림1>국내 시장에서 유럽과 미국 자동차 시장점유율 변화(유럽은 SSPL 적극 적용)

SW가 미래 산업의 핵심 성장동력임을 최근 들어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다양한 시장 성장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SW 산업 발전은 결국 정부가 아닌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SSPL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정착시킨 유럽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SSPL은 SW의 근본적 경쟁력을 향상시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신규 사업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여러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번 회에는 SSPL을 통한 미래 사회의 모습과 국내 제조 및 서비스 산업의 현실 등을 통해 왜 SSPL을 도입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SSPL, 2020년 이후 산업 경쟁력 책임진다=SSPL 전문가들은 SSPL이 10~20년 후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드높일 핵심 도구로 보고 있다. 다음은 SSPL을 통한 혁신을 일군 2025년 L자동차사의 가상 사례다.

“2015년 대형세단 `코스타`의 전자장치 모듈에 포함된 SW를 업그레이드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당시 SW팀장이었던 박 이사(당시 차장)은 관련 SW를 모듈식으로 구분해 각 모듈이나 그 하부 단위를 자산으로 정의하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플랫폼식 SW 관리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는 성공이었고 박 이사는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L자동차사가 그의 아이디어를 통해 얻은 혜택은 SSPL의 근본 이념인 `대량맞춤생산체계` 확보다. 세계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 공급을 위해선 SW의 모듈식 관리가 필요하다. 박 이사는 SW 각 구성요소를 마치 물리적 기계장치의 부품인 조립명세(BOM)와 같이 구분해 가시화하도록 했다. SW에 문외한이었던 부품구매팀이나 생산팀 관리자와 엔지니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SW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이 SW와 기계부품과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SW전문가들과 소통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놓기 시작했다. 기계장치 부품 조립명세를 이해하면 학습효과에 의해서 조립시간이 점차 단축되는 것처럼 말이다. SW 구성요소의 다채로운 조립과 조합으로 신속한 속도로 여러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게 바로 김 이사가 원하는 플랫폼식 SW 관리였는데 이를 달리 표현한 게 바로 `SSPL`이다. L자동차사는 2015년 이후 10여년간 다양한 고객 요구를 반영해 대량 고객 맞춤형 자동차 생산을 해왔다. 플랫폼 기반 자동차 개발을 기반으로 하는 대량맞춤생산을 위해 대대적 조직개편, SW공학 역량 강화, 제품군 단위 생산마인드 정착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L자동차사는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점유율 50% 차지, 포춘지 선정 30대 기업에 등극했다.”

◇기업 고유 플랫폼 개발해야=SSPL을 통한 성공적 미래기업의 예를 살펴봤다.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가치에 기반을 둔 제품군 범위 최적화 △개별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계층 플랫폼 실용화 △재사용 자산과 가변자산의 형상·추적·변경의 자동화 △제품군에 속하는 각 제품의 시장 차별화 등 SSPL의 핵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SW의 현실은 이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대량맞춤생산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객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기획·개발할 수 있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전반적으로 다양성이 부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제품도 제한적이다.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시도를 하기 어렵다.

박문구 삼정KPMG 상무는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다수의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이 시급하다”며 “지금보다 더 큰 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 사업 발전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SW 기업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개발이 드물다. 오픈소스 플랫폼을 사용하는 SW 기업은 많다. 하지만 SSPL에서 말하는 플랫폼은 기업이 직접 개발해야 하는 SW자산들을 체계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축한 것을 의미한다. 즉 기업 고유의 지식과 기술, 역량이 축적된 자체 플랫폼을 말한다. 이런 플랫폼을 제대로 발전시키면서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 상무는 “어떤 방법을 써도 영세성을 면하기 어려운 용역 업체의 성장 촉진보다는 전문 SW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SW 개발자 역시 다양한 산업분야에 진출해 전문화되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SSPL이 이런 이슈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W에서도 패스트 팔로우 전략 필요=지금까지 국내 산업의 특징과 장점은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er)`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것이었다. 반도체, 자동차, 통신, 조선 등 주력 산업에서 이 같은 전략을 통해 빠르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SW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전략은 효과적일 수 있다. 아직은 세계 시장을 선도할 만큼 국내 산업의 성숙도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경험과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론 중 가장 유력한 것이 바로 SSPL이다.

SSPL은 SW를 필요로 하는 모든 시스템의 개발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효과적인 개발 방법론이다. SW의 공통요소(Domain)와 가변요소(Application)를 자산화해 개발기간 단축, 비용절감, 품질향상 등 모든 목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진 개발기법이다.

전문가들은 SSPL을 시장과 고객, 기술 변화 속도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대량맞춤생산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재사용 역량의 극대화, 고급인재 양성, SW 시장의 세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김창선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전문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대량맞춤생산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SW 공학 기법을 구축하지 못했다”면서 “결국 플랫폼 재사용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국내 SW 개발의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해야만 21세기 국가 지속성장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선진국을 추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SW 분야에서 세계 선두에 올라서고 고급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SSPL의 도입과 확산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전자신문·한국SW기술진흥협회 공동기획

■자문위원: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장, 김채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 이지현 대전대학교 교수, 김수옥 LG전자 상무, 박문구 삼정KPMG 상무, 김창선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전문위원, 김덕태 디티웨어 대표, 최무석 컨티넨털오토모티브 SW리더, 김광진 셈웨어 대표, 최종섭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서동권 현대엠엔소프트 기술연구소장, 박종하 SK C&C 팀장, 지창건 MDS테크놀러지 부장, 기창진 홍익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