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기고]가치 중심의 SW 사업대가

가치 중심의 SW 사업 대가 산정 방식의 전환
가치 중심의 SW 사업 대가 산정 방식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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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책정 방식에는 원가 중심 산정 방식과 가치 중심 산정 방식이 있다. 원가 중심 산정 방식은 서비스 공급자의 개발 원가를 산정하고 여기에 회사의 적정 마진을 더해 가격을 책정한다. 반면 가치 중심 산정 방식은 개발 원가보다는 고객의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상품의 원가 이외에 고객에게 제공할 값어치를 파악해 가치값을 부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의 SW 개발비 산정 대가 방식은 개발 원가를 활용해 기능점수(Function Point)당 단가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원가 중심 산정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원가 중심 산정 방식은 개발 비용만을 고려 요소로 하는 데 비해 가치 중심 산정 방식은 개발 비용, 시장 상황, 고객 가치 세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원가 중심 산정 방식은 상대적으로 단순해 적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치 중심 산정 방식에 비해 고객 입장에서의 가치와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미래 가치 기반으로 SW 가격 산정해야

얼마 전 신문에서 커피값이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 기사는 가격이 제조 원가 이외에 회사의 브랜드 파워, 경쟁사와의 환경, 고객이 느끼는 가치, 고객의 지불 의사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결정된다는 점을 간과했다.

우리는 유명한 관광지에서 전망 좋고 품격 있는 호텔에서 커피 한잔을 아주 비싼 돈을 내고 마신다. 단지 원가만 고려한다면 이러한 가격은 성립될 수 없다. 고품격의 분위기와 서비스에서 느끼는 가치는 비싼 커피 값을 보상하고 남기에 우리는 비싼 커피 값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의 가치, 시장 상황 등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SW 사업대가 산정 방식을 원가 중심 산정 방식에서 가치 중심 산정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SW 시장에서 이러한 가치에 기반을 두고 가격 정책을 도입한 사례는 흔치 않다. 특히 SW 개발비 산정 대가가 적용되는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 시장에서는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다. 다만 패키지 SW 시장에서 몇 가지 사례가 존재하는데, 외국에서는 3년 전에 i2 테크놀로지가 자사 SW 라이선스 가격을 개별 고객이 애플리케이션 도입으로 기대되는 내부적인 절감액에 기반해 가격을 책정한 사례가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도 SW의 미래 가치를 기반으로 가격을 산정해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기업의 경쟁력, 제품 경쟁력, 제품 잠재력, 상생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가치 구매 대상을 선정하고, 가치 구매 대상으로 선정되면 SW 개발사의 전문성과 해당 SW의 미래 가치를 기반으로 가치 금액을 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직은 초보 단계이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은 가치 중심의 SW 사업대가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이 되고 있다.

◇개발비·시장가치·업무기여도 고려

향후 SI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SW 개발비의 대가 산정 방식이 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에는 다음과 같이 두 단계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 단계는 고객이 누리는 가치의 일부는 SW의 기술적 요인들과 품질 등의 요소로 나타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즉 기술적 수준이나 품질 수준이 높으면 그 만큼 고객에게 가치를 많이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전제이다. 현재의 SW 개발비 산정 가이드에서는 규모, 언어, 애플리케이션 유형, 품질 및 특성 보정계수가 있는데, 이 중 품질 및 특성 보정계수에서 고객의 가치가 일부 반영돼 있다고 볼 수가 있다. 즉 이 단계는 이러한 품질 및 기술적 요인들에 대한 다양한 보정계수를 도입해 가치 중심의 SW 사업대가 산정 체계로 전환하는 1차 방안이다.

두 번째 단계는 근본적인 가치 중심의 SW 사업대가 산정 방법으로의 전환이다. 이때 가치 중심의 SW 대가 산정 방법에서는 개발 비용, 시장 가치, 업무 기여에 따른 고객 가치 세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재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의 정보화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기술적 분석, 비용 분석, 편익 분석, 정책적 분석 등이 종합적으로 실시된다. 이때 편익 분석이 바로 고객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이 단계는 예비타당성 조사와 같이 개별 사업에 대한 편익 분석을 통해 그 SW의 가치를 산정하고 개발 비용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산정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SW 사업의 편익 산정 방법이 보편적이지 않고 주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편익 분석과 같은 가치 산정 방안에 대한 방법론이 구체적으로 연구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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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사항 명확화가 선결 조건

이러한 가치 중심의 SW 사업대가 산정 방식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제조건이 실행돼야 한다. 첫째, 기능 및 비기능적 요구사항의 정의가 정확하게 정의돼야 한다는 점이다.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가치를 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예비타당성 분석에서 편익의 산정 방법과 같이 다양한 SW 가치 평가 방법이 연구돼야 한다. 보다 쉽고 간단하며 명확한 기준을 가진 SW 가치 평가 기준이 연구돼야 한다.

셋째, 정확한 개발 비용 산정을 위해 SW 사업비용 저장소(Repository)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해당 사업과 유사한 과거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기능점수 당 단가를 조정(Calibration)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치와 비용을 고려해 대가를 산정할 수 있는 가치 및 비용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호주의 빅토리아 정부와 핀란드에서 SW 비용 산정 가이드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호주의 경우에는 `스코프 매니저(Scopemanager)`라는 비용 산정 전문가가 사업 초기부터 관여해 정확한 비용을 산정하고 중간에 업무 범위가 변경되면 변경관리도 지원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예정인 PMO가 이런 기능을 병행할 수 있다면 가치 중심의 SW 사업대가 산정 방식으로의 전환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결론적으로 가치 중심 SW 대가 산정 방식은 SW 사업 개개의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고, 시장 상황에 맞게 자율적이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SW 사업의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업무 기여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 시장 환경, 개발 원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가치 중심의 SW 사업대가 산정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김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 교수(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자문위원) wjkim@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