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사이버 보안, 그리고 에너지 안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연합뉴스

2025년은 우리 사이버 보안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해였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고를 시작으로 KT 펨토셀 해킹, LG유플러스 서버 침해 의혹이 연이어 발생했다. 3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롯데카드, 예스24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규모 사이버 침해 사고가 잇따랐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침해 사고 신고 건수는 역대 최대인 2383건으로 전년 대비 26.3% 증가했다. 분산서비스거부(DDoS, 디도스) 공격은 588건으로 전년 대비 2배 늘었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역설적으로 사이버 공격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보안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문제는 사고가 터져도 사이버 안보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규모 해킹이 발생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면 기업들은 앞다퉈 보안 컨설팅·솔루션 기업을 찾는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게 보안 기업들의 공통된 얘기다. 평상시 대비도 부족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마저 고치지 않는 기업도 많다는 의미다.

사이버 보안의 상황과 오버랩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에너지 안보 분야다. 에너지는 산업뿐만 아니라 국방, 경제 등 국가 활동의 전 영역과 맞닿은 핵심 전략 자산이다. 특히 에너지 자원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확보하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늘 되새겨야 한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은 평소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과 대응 수준이 어떠한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도 서울 휘발유값은 리터당 평균 2000원을 넘어섰다. 최고가격제는 국제 유가 변동률을 반영한 '기준가격'을 기반으로 계산하는데,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기준가격도 동시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 부족은 석유화학산업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핵심 엔진인 반도체까지 산업 전반에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까지 내놓았다. 그럼에도 쓰레기봉투 사재기까지 벌어지는 등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전쟁이 끝나고 위기는 해소된다. 하지만 원유 7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갈등과 그에 따른 공급망 위기에 항상 노출돼 있다. 언제든 이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단기적 대응이 아니라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사이버 보안과 마찬가지로 '그때뿐'이어선 안 된다.

에너지 안보 강화의 첫걸음은 에너지 자원의 전략적 비축과 공급망 다변화에 있다. 중동이 아닌 미국, 캐나다산 정유로 공급망을 넓히되 늘어나는 운송비 등을 보전하기 위한 세금 인하 같은 혜택을 논의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화석연료 의존을 낮추는 동시에 에너지 절약에 대한 지속적인 인식 개선 활동도 필요하다.


에너지 안보는 제도와 정책, 기술, 국민의식 개선까지 전방위적 혁신이 이어질 때 강화할 수 있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일이 또다시 벌어져선 안 된다.

[데스크라인]사이버 보안, 그리고 에너지 안보

안호천 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