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마음속 달이 뜬다.

#이외수 소설 `장외인간`이 묘사한 세상에는 더 이상 달이 뜨지 않는다. 주인공은 산 중턱에 앉아 밤새 달을 기다리지만, 달은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먹고 사느라 너무 바빠 하늘을 본적도 오래다. 아무도 눈부신 달빛을 기억하지 못한다. 달이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노랫말에 모두가 `금시초문`이라고 답한다. 그나마 달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은 주인공 `나` 뿐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달을 기억하는 주인공을 `장외인간`이라고 부른다.

[주상돈의 인사이트]마음속 달이 뜬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에는 두 개의 달이 등장한다. 꽉 막힌 고속도로 비상계단을 내려오면서 새로운 세계에 접어든 주인공. 어느 날 새벽 창가에서 무심코 하늘을 보니, 떠있는 달이 두 개다. 청부살인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세상은 언제나 불안하고 비정상적이다. 혼돈과 불안에 익숙한 주변 사람들은 “당연한 거 아냐? 달은 작년부터 두 개로 늘어났어”라며 태연하다. 오직 주인공만 “두개의 달이 떠 있는 세상에 존재하는 내가 과연 진정한 나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제 곧 추석 연휴다. 올 추석에도 하늘에 달은 휘영청 떠오른다.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좀 더 정확히 말해 `가을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부른다. 동그란 달이 떠올라 유난히 밝은 음력 8월 보름. 그 날이 바로 추석이다.

달이 사라지거나 두 개가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마음 속 달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오늘 해가 떴는지, 달이 떴는지는 현대인의 관심에서 이미 멀어졌다. 대신에 컴퓨터와 휴대폰이 알려주는 신호에 맞춰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간다.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결과, 현대인은 평균 3분마다 정보기기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신호를 받는다. 정보기기에서 몇 분만 떨어져도 참지 못하는 `초미세 지루함(micro boredom)`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영국신경정신과학연구소는 이런 지속적인 신호와 훼방이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보다 정신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결국 현대사회는 달이 사라지거나 두 개로 보일 수 있는 혼돈의 시대일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 권위의 미래학연구소인 코펜하겐연구원(CIFS)에 한 고객이 물었다. “정보화시대가 지나면 어떤 사회가 올까요?” 연구소는 즉석에서 “정보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라고 답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해답을 얻었다. 연구소가 내놓은 새로운 답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다. 기술과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사회. 코펜하겐연구소는 `기술과 이성`이 아닌 `이야기와 감성`을 중시하는 드림 소사이어티 시대를 예언했다.

소설에서 사라진 달은 우리 마음 속 `감성의 달`이다. 사람들이 하늘을 보며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을 때, 사라진 보름달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1Q84 시대에 사는 주인공이 `무슨 일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가야지…`라며 가슴이 희망으로 따뜻해지자 불안과 혼돈의 달은 사라지고 크고 밝은 달 하나만 남는다.

달은 언제나 그저 그대로 존재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항상 그 자리다. 문명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만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하늘에 뜨는 달과 함께 우리 마음 속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는 추석이 되길….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