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DA 공급, 선순환 생태계 구조로](https://img.etnews.com/photonews/1210/347997_20121029164155_884_0001.jpg)
올 것이 왔다.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 해킹 문제 이야기다.
최근 정부와 팹리스, EDA 업계는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EDA 툴 해킹 문제를 공식적인 테이블에 올렸다. 산·관·학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기존 지원책을 벗어나지 못하는 정도의 처방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워낙 오래되고 만연한 문제라 `어쩔 수 없다`는 매너리즘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EDA 툴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의 첫 단추다. 좋은 글을 쓰려면 기본적으로 종이와 펜이 필요한 것처럼 뛰어난 시스템온칩(SoC)을 설계하려면 EDA 툴이 중요하다.
한 팹리스 업체 사장은 “90%가 해킹으로 라이선스를 가져온다고 보면 된다”고 확언했다. 설계의 시작부터 라이선스를 훔치며 범죄자가 되는 것이 국내 업계의 웃지 못할 현실이다.
저렴한 가격에 EDA 라이선스를 공급받아 학생들에게 반도체 설계방법을 교육해왔던 한 기관 관계자는 “최근 한 EDA 업체가 `학교 측에 지원한 라이선스가 업계로 흘러간 것 같다`면서 다짜고짜 지원을 줄였다”며 “팹리스 업계의 미래나 마찬가지인 학생들부터 이 문제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불법 복제는 잘못이다. 그러나 EDA 문제는 단순 소프트웨어(SW) 불법 복제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계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팹리스의 영세성이다. 왜 우리에겐 `한국의 퀄컴`이 없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 흐름이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국내 산업계에서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돈을 내지 않겠다는 업체까지도 도와줘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SW-SoC융합 R&BD 센터를 통한 기존 지원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지원책이 마련된 시기는 지난 1997년이다. 15년간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그에 해당하는 EDA 툴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현실적 대안을 기반으로 다수의 성공한 팹리스가 등장하는 진정한 `반도체 코리아`는 언제쯤 가능할까.
정미나 소재부품산업부 mina@etnews.com